<아메리칸 메이드>(2017)는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톰 크루즈라는 걸출한 스타 배우가 나옵니다. 자연스럽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연상되지만 막상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션도 있고, 액션도 있지만 이 작품은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마냥 웃기기보다 시대와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미국의 유명한 이중 스파이 배리 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한 인물의 엇나간 욕망과 파국적 결말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씰의 범죄를 악용하는 미국 정치의 뒷그늘도 함께 보여줍니다. 중남미 마약 시장과 정부군과 반군 간의 갈등을 이용한 교묘한 무기 거래가 드러납니다. 마약 거래라는 명백한 불법과 이를 통한 은밀한 정보 수집, 무기 판매를 하는 미국 정부의 행태 중 어느 것이 더 악할까요? 영화는 이에 대해 답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관객의 몫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저울추는 결코 배리 씰의 악행 쪽으로 기울지 않습니다.
할리우드는 태생부터 상업 영화의 본고장입니다.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는 유명 회사들이 이미 1920년대부터 스튜디오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제작사별로 특징적인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장르 영화가 상업적 대중 영화를 일컫는 표현이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전세계적 영향력도 이 같은 상업적 대중성과 연관됩니다. 할리우드 영화보다 자국 영화의 점유율이 높은 나라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얼마 되지 않는 나라에 우리나라가 포함됩니다. 또한 할리우드는 온갖 추문과 스캔들의 근원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공과 부귀영화의 중심이면서 아울러 부패와 타락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2016년작 <라라랜드>와 <카페 소사이어티>는 그런 할리우드의 면모를 엿보게 합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는 상업적 대중성과 확연히 대비되는 흐름도 존재합니다. 정치적 비판, 인간과 세계에 대한 성찰, 진실을 향한 추구 등을 다룬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관타나모 수용소와 관련된 미군 내부의 문제를 폭로한 <어 퓨 굿맨>(1992), 대기업의 비리를 끝까지 추적한 변호사 이야기 <마이클 클레이튼>(2007),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의 부패한 금융 문제를 다룬 <빅 쇼트>(2016) 등이 바로 이 흐름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아메리칸 메이드> 역시 이와 같습니다.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조지 클루니, 크리스찬 베일 같은 스타들이 출연한 이들 영화는 할리우드의 또 다른 힘을 느끼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 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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