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전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추석 긴 연휴 기간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제조업은 정해진 물량을 수주하느라 제때 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명절의 꽃이라 불리는 상여금도 예년보다 적거나 생각보다 부족한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공공기관과 어느정도 규모가 큰 기업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에서 7년간 일해온 직장인 박 모(39)씨는 "회사에서도 명절 얘기 자체를 꺼내는 게 눈치 보일일 정도이다 보니 자제하는 편"이라며 "공공기관이나 규모가 큰 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은 긴 연휴에 해외를 가거나 여행을 떠날 계획인 데 반해 여름 휴가 때를 제외한 나머지 휴일에 쉬는 건 꿈만 같은 얘기"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 수출을 하는 기업 근로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예년보다 적은 상여금은 근로자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3살배기 딸을 둔 직장인 우 모(41)씨는 "국내 시장도 국내시장이지만 해외 시장에 발을 내디딘 업체들은 대부분 바이어가 원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연휴에도 며칠은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올해는 상여금도 예년보다 낮아져서 출근하는 것도 서러운데 생각했던 상여금보다 적은 돈이 나올 거란 얘기에 한숨부터 쉬게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근로자들의 이 같은 상황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14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46%가 추석 연휴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10개 기업 중 5곳은 자금 사정이 어렵단 뜻과 같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이유로는 매출감소가 69.1%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수출기업이 71.6%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따른 상여금 지급도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추석 상여금 예정 업체는 56.1%로, 지난해 61.6%보다 5.5%포인트 줄었다. 경영 악화로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곳도 10.4%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2.1%포인트 증가해 기업들의 경영난이 어렵다는 걸 방증하고 있다.
지역 벤처기업 한 관계자는 "각각의 기업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빨간날 출근하는 이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대한민국 경제의 핏줄이라 불리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격차가 하루빨리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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