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박성진 후보자가 결국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했다.
박 후보자가 지난 15일 자진사퇴하며 출범 50일을 갓 넘긴 중기부의 모든 현안사업은 올스톱 위기에 몰렸다.
장관 임명이 순조로웠다면 이달로 예정돼 있던 현판식과 중소기업계의 가장 큰 행사인 중기인 대회를 이끌었을 테지만, 현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기약 없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코드였던 중소기업 중심 경제는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이고, 인사 책임론에 청와대까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중기부는 장관 공백으로 유일하게 대통령 업무보고도 못한 부처로 낙인 찍히게 됐다.
새로운 중기부 장관 인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후보자 임명 당시에도 20여 명이 넘는 인사와 접촉 후 지명됐지만, 역사관과 종교관, 이념 문제로 낙마한 만큼 새로운 후보자를 찾아도 인사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하기란 어렵다는 이야기다.
기업인의 경우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백지신탁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재계 출신은 장관직을 대부분 고사하고 있다.
중기부 장관의 긴 공백은 중소기업계에도 큰 타격이다.
근로자 근무시간 단축과 정규직 전환 등 정부의 여러 사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콘트롤 타워의 부재가 장기화 되자 기업 지원이 더뎌질까 걱정 섞인 시선을 보낸다.
17일 대전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새정부 출범 이후 4개월이 넘었지만,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없어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중소기업의 중심이 없어 빠른 차기 후보자 지명이 필요하단 의견을 내고 있다.
김종환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은 "중소기업 수장이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라 할 수 있고, 현재 정부의 근로자 근무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문제 등 현안이 많은 상황임에도 모든 걸 총괄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루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장관이 임명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전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부처 장관이 공석인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중소·벤처기업의 지원과 여러 정부의 현안 등 기업이 당면한 현안 과제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신과 능력을 갖춘 장관 적임자가 조속히 지명돼 본격적으로 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일선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도 걱정의 시선을 보낸다.
대전 중소기업 페인트팜 김학정 대표는 "중소기업과 관련된 행사에서 중기부 차관을 만날 자리가 있었음에도 장관의 부재로 차관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현안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장관이 임명돼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병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축을 위한 적극적 정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처기업 대표도 "각 부처에 흩어진 중소기업 정책의 콘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기업 생태계를 잡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기"라며 "현재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위해 내놓은 많은 정책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소통하고,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의 어려움을 직접 들여다보고 느끼는 장관이 임명돼 현재의 현안과 정책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미·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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