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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내 스스로에게 쓰는 글도 있고, 내 생각을 남과 공유하고 싶어서 쓰는 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경우, 그 동안 많은 글을 쓰면서 내가 쓴 글을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읽는다는 생각을 의식하고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특히 지금 쓰고 있는 '행복찾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내 주변의 지인들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 이 '행복찾기'입니다.
이 '행복찾기'글이 신문에 연재되고 나서 평소 존경하는 수녀님께서 "구성원과의 소통의 장이었던 행복찾기… 이젠 구성원 대상에서 울타리 없는 개방형"으로 바뀐 것이냐는 물음을 주셨습니다. 사실 수녀님의 이 질문을 받기 전까지도 '개방형'이라는 의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녀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개방형의 소통'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개방형 소통'에 대한 반응을 지난 주 경험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행복찾기'를 읽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고교자유학년제(오디세이 학교) 과정으로 선발된 학생들의 모임에서 고민하고 있는 질문 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의 실마리를 행복찾기에서 접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들을 위해 멘토를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이 학생의 연락을 받고 우선 글의 파장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것이 바로 '개방형 소통'이라는 수녀님 말씀이었습니다. 그 동안 정말 많은 글을 써 오면서 글의 내용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하는 독자들의 첫 반응이라는 점도 놀라움이었습니다. 물론 그 동안 글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그냥 '지나가는 글'로 여기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독자의 반응이 있다는 점에서 글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학생들이 9월 말 전국에 있는 멘토를 찾아 떠나는 멘토여행의 일환으로 찾아오겠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삶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위해 멘토를 스스로 찾고 그 멘토를 직접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내 스스로 나의 멘토를 찾아 본 적이 없음에 이 학생들에게 참 부끄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멘토를 찾아 공감과 조언, 그리고 새로운 경험하고자 하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내 인생에 대한 멘토를 찾아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 나의 삶에 대한 무성의와 나태가 아니었나 하는 반성도 해 봅니다.
학생들을 만나면 먼저 꼭 나의 삶에 대한 진솔한 반성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전하려는 말이 아닌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반성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멘토를 찾고, 멘토와 함께하고, 그래서 삶을 조금은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 어찌 보면 행복을 말로만 찾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찾아가는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 스스로 멘토의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내 글을 읽고 나를 멘토라고 생각하고 멘토를 찾아온다는 학생들의 멘토여행이 너무나 부럽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9월말로 예정된 학생들의 방문이 부럽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인생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보다는 이 학생들을 통해서 아마도 내 삶을 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가을로 가는 문턱에서 이번 주말, 자신의 멘토를 스스로 찾아보는 행복을 한번쯤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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