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팔만대장경, 우리는 문화선진국

  • 문화
  • 문화 일반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팔만대장경, 우리는 문화선진국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09-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경판fff
▲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한국학중앙연구원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빠져도 안 되지만, 자기부정, 자기불신은 자살행위 입니다. 우리민족이나 국가 사회, 역사와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원래 선진국이었다, 외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필자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우수하고 뛰어난, 수많은 문화유산이 그 근거입니다.

경남 합천 소재 해인사에 가면 팔만대장경(이하 '경판')이 있지요. 국보 32호로, 2007년 6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됩니다.

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이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1995)되지요. 세계에서 목판 보관용으로 지어진 유일한 건축물입니다. 자연통풍으로 적절한 온도 및 습도 조절이 되는 구조지요. 균일한 실내 환경으로 800년 가까운 오랜 세월에도 경판 변질이 없습니다. 효과적 건물배치, 창호계획, 경판진열 등이야 눈으로 확인되지요. 여타 경험과학 원리를 추측만 할 뿐, 현대과학으로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답니다. 둘 다 명실상부, 위대한 인류유산이지요.



경판은 고려대장경이라고도 합니다. 1962년 국보로 지정하는데요, 내용이나 숫자를 확인 하지 않습니다.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지요. 1915년 일본인들이 집계한 81,258판을 그대로 인용하지요. 그 후로도 제대로 살피지 않다가, 2014년에야 정보화 하면서 81,352판을 확인합니다. 부처님 말씀(經), 승려 계율(律), 승려 논문(論)이 총 망라되어있답니다.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단연 세계 으뜸이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자료 수집이 먼저겠지요. 경판 만들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요. 당시로선 자료를 모으는 일부터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추측됩니다.

나무(산벗, 후박)를 필요한 수만큼 자르고 다듬어 갯벌에 약 2년 동안 묻어 둡니다. 건져내 다시 소금물에 찝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 1년여 말립니다.

경판에 붙일 원고를 만들어야 하지요. 종이가 필요합니다. 경판 양면에 글을 새겨야 하니 16여만 장이 필요합니다. 쓰거나 새기다 보면, 크기가 다르거나 오탈자가 나오겠지요. 3배 정도 종이가 필요하답니다. 50여만 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지금 같이 종이가 쏟아져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닥나무를 쪄 껍질을 벗깁니다. 다시 솥에 넣고 삶습니다. 껍질이 흐물흐물 해지게 두들겨 통에 넣습니다. 물에 잘 섞은 다음, 닥풀을 첨가하여 발로 떠서 한 장 한 장 떼어 냅니다. 크지도 않은 닥나무가 얼마나 많이 소요되고,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 되었을까요?

종이에 글씨를 써야 합니다. 5만여 명을 동원, 구양순(歐陽詢, 557년~641년, 중국 당나라)체를 습득시켜 원고를 작성하였답니다. 서체가 매우 빼어나답니다. 조선 최고 명필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도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는군요. 그뿐인가요? 교정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요?

글자를 새기는 일이 더 어렵겠지요. 게다가 한 글자 새기고 절을 세 번씩 하였답니다. 칼이 잘 못 나가면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해야 하니, 온갖 정성을 다 들여야지요. 한 사람이 하루에 42자쯤 새길 수 있답니다. 계산해 보니 판각수가 12만 명 정도 동원되었을 것이랍니다.

경판에 새겨진 글씨가 5272만9000자라 하는데요, 전에는 오탈자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조사에서 발견된 오탈자가 5200여 만자 중 단 158자라 합니다. 게다가 놀랍도록 글자 크기나 서체가 일정하답니다.

경판이 썩거나 습기가 차지 않도록 옻칠을 합니다. 옻을 채취하는 데에만 1천여 명이 매달렸을 것으로 보더군요. 굽거나 뒤틀림 방지를 위해, 양끝에 마구리를 만들어 끼우는 것으로 작업이 끝납니다. 16년이 걸렸습니다.

당시 인구가 얼마나 되었을까요? 어떻게 인력 동원을 하였으며, 자료 및 자재를 준비하였을까요? 하나하나 새겨보십시오. 놀라운 일이지요.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입니다. 더구나 모든 과정이 고도숙련을 필요로 합니다. 탁월한 문화 식견과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축적된 선진 문화·기술 없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경판 하나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선진국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나라, 우리 후손들이 해야 될 일이 무엇일까요? 우선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일입니다. 인류사회에 이바지 할 사명감은 거기에서 비롯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결국 '결별'…대전 둔산2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두 곳 출범
  2.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3. 한국행정학회, '세종시=행정수도' 지위 확보 방안 찾는다
  4. 세종 교사노조-시의회, 교육 환경 개선 나선다
  5. 종촌종합복지관, 웃음과 나눔이 함께한 '웃기는 경매' 개최
  1. 한국중부발전 세종본부, 저소득 아동에 문화상품권 기부
  2. 30살 맞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평등과 자치 한길"
  3. 황웅환, 세종YMCA 제7대 이사장 취임
  4. 대전 서구, 장애인 평생학습 활성화 위한 협약 체결
  5. 천안시장 권한대행 김석필 부시장, “행정 공백 최소화 집중”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수년째 출발선에 서지 못하고 있는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신탄진~계룡)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사비 증가로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협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4일 대전시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은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과 관련해 후속 공정을 추가한 총사업비를 두고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은 당초 2023년 말 착공 예정이었으나, 지장물 이설 공사비 증가에 설계적정성 검토를 다시 받으면서 사업 기간이 늘어졌다. 여기에 최근에 신규..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에 세종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1년 5개월여 동안 30~40%가량 하락했던 세종시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지 주목된다. 여기에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 등 지역이 '풍선효과' 수혜를 받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4월 셋째 주(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상승해 전주(0.04%) 대비 무려 6배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2023년 11월 20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세종 집값은 지난주 70주..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우리나라 괘불도 양식의 시초로 평가받는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불화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괘불도(掛佛圖)'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할 때 거는 대형 불화로,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현재 전국에 약 120여 점이 전하며, 이 가운데 국보 7점, 보물 55점이 포함돼 있다. 이번 국보 지정은 1997년 7점의 괘불이 동시에 지정된 이후 약 30년 만이다. 국가유산청은 "화기(畵記) 등 기록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