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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불안을 느낄 때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있다.
'집에 가고 싶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친척집에 맡겨질 때가 많았다. 8남매의 맏이인 아버지와 9남매 맏이인 어머니 덕분에 많은 집을 오가며 키워졌다. 두 분 다 맏이라 난 두 집안의 첫 손녀, 첫 조카여서 이쁨을 가득 받고 자랐다.
하지만 남의 집에서 지내다 보니 그 집 분위기가 안 좋을라치면 불안해지고 그럴 때마다 들던 생각이 '집에 가고 싶다'였다.
그랬기에 지금도 불안하면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불쑥 튀어 나오게 된다.
요즘 사회복지사 공부가 2학기로 접어들면서 학과 공부와 실습까지 겹쳐 과대표로써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진 나는 책임감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이 자주 들었다.
오늘 나도 모르게 '집에 가고 싶다'라는 소리가 나온 걸 보니 마음이 힘든 모양이다.
그것은 완벽하게 잘 해내겠다는 욕심으로 공부의 즐거움을 잃어버리면서 온 '마음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쓰느라 자신을 피곤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병들 중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게 '마음병'이라 하지 않던가.
우리가 병에 걸리면 몸을 푹 쉬게 해 줘야 하듯이 '마음병'에는 마음을 쉬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병에 가장 좋은 치료약은 그 원인을 알고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다.
흔히 마음을 바다에 비유하곤 한다. 겉으로 보면 파도가 심하게 칠 때도 있고 잔물결이 일 때도 있지만, 높은 파도가 칠 때조차도 바다 깊은 곳은 아주 고요하다. 고요한 마음이 바로 마음의 기본 상태이다. 우리는 그 본래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기만 하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있다.
구글의 창립 멤버였던 차드맹 탄은 명상을 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뇌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자주 명상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에게 명상하는 시간을 주었고 그것은 기업의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졌다.
그는 평온하고 청명한 마음을 되찾으면 자연스럽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마음의 평온함을 행복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나거나 불안할 때 우리가 할 일은 마음의 고요함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의 표면은 변화무쌍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표면이고 흘러가는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감정 또한 잠깐 머물다 지나가버린다. 우리의 감정, 기분, 생각, 경험들을 모두 흘러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불안을 마주하는 것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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