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견된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 경남 다호리 유적에서 발견된 삼한시대의 붓이다. 이로부터 셈해도 2천년 역사는 족히 되는 것이다.
이후 붓은 우리 겨레의 삶에서 뜻을 전하고 그림을 그리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붓에 대한 책이 한 권도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정진명 작가의 ‘한국의 붓’은 한국의 전통 붓에 관해 정리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충북 증평에서 40년째 전통 붓을 만들어온 유필무 붓장의 삶과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유씨는 서울의 전통 붓 매는법을 배운 이후, 증평으로 내려가 지금까지 그것을 고집스럽게 실천하는 국내 유일의 붓장이다.
작가는 책에서 우리 전통 붓에 대한 유필무의 집념을 정리·소개하는 한편 서예의 철학과 붓의 역사를 밝히고, 국어교사로서 말(언어)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붓과 관련한 용어를 모두 찾아내 집대성했다.
또한 붓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붓을 매는 자세한 과정까지 사진과 함께 담아 눈길을 끈다.
특히 작가와 붓장이 나눈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실어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살렸다.
한편 유필무씨는 이달 15∼24일 경기도 가평 소재 취옹예술관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2008년 첫 개인전을 연지 9년 만인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만든 작품 40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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