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고마워,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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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고마워, 돈키호테"

-안녕 돈키호테/박웅현 외/민음사/2017년-

  • 승인 2017-09-13 12:14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표지)안녕 돈키호테


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낯선 직함을 가진 작가 박웅현을 처음 만난 건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을 다루며 출판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작품에서였다.

거기서 저자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진심이 짓는다’ 등의 자신이 만든 광고물로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깊이 있는 생각과 남다른 시선을 가진 그의 인문학적 소양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이후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저서를 빠짐없이 찾아 읽게 되었고 아울러 그가 작품 속에서 언급한 소설이나 음악까지 찾아 읽거나 듣게 되었다.

이렇듯 믿고 읽는 작가 박웅현을 최근 <안녕 돈키호테>라는 신간에서 다시 만났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와 광고업계에서 창의적이라고 인정받은 광고인 박웅현과 그의 사단 11인이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 돈키호테들의 이야기를 모아 펴낸 책이다.



사소함에서 위대함을 찾은 예술가들, 낮과 밤을 다르게 산 작가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낸 사람들, 그들은 모두 어처구니없는 발상으로 현실을 극복한 각계각층의 ‘돈키호테’ 들이며,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돈키호테의 삶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하여 말하고 있다.

<안녕 돈키호테>는 ‘창의력 열한 조각’이라는 부제가 있지만 창의력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까워 보인다. 여기에서 창의력은 단지 거들 뿐이다.

모든 사람은 꽃을 피우는 시기가 있다. 꿈이 있다면 언젠가 꽃은 피기 마련이다. 다만 시기가 다를 뿐이다. 책 속에는 많은 직업을 전전하다 사십 대가 되어서야 마침내 소리꾼으로 꽃을 피운 장사익을 인터뷰한 내용이 나온다.

장사익은 ‘안나푸르나를 오르려면 안나푸르나 봉우리를 바라보지 마라. 발 앞 일 미터만 봐라.’고 했던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의 이야기를 전했고 이에 박웅현은 ‘인생을 대충대충 살아라, 하루하루는 최선을 다해 살아라.’고 한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말을 인용했다. 두 분의 이야기는 같은 맥락에서 인생을 사는 방식을 참으로 힘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

더불어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또 다른 부분은 꿈 앞에서 영원히 늙지 않는 돈키호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특히, 아흔 아홉 살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간하며 일본 내에서 150만 부 이상이 팔리는 기록을 세운 시바타 도요의 이야기는 나이를 핑계로 아무것도 새로이 시작하지 않으려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사실 그 녀는 남편과 사별 후, 무용에 마음을 두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시를 쓰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바타 도요의 첫 시집 <약해지지 마>는 출간되자마자 많은 화제를 뿌리며 그녀를 최고령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었다.

살아온 시간의 결이 그대로 시가 된 걸까? 오래 전 서울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걸린 ‘광화문 글판’에서 처음 발견했던 저자의 시 한 구절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라는 문구는 내가 지치거나 힘들 때 마다 공감과 위안을 준다.

이 밖에도 쉰네 살에 북극 탐험을 한 아문센, 첫 책을 쉰일곱 살에 낸 칸트와 섬세한 바이올린을 아흔네 살에 만든 스트라디바리에 대한 일화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명제를 증명해 보이기에 충분했다.

늘 같은 방식으로 하면 늘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그 모든 핑계를 물리치고 제2의 인생에 도전했던 돈키호테들은 안전함을 추구하며 새로운 시도를 꺼려하는 나에게, 그리고 항상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다양한 시선으로 또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화법으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박웅현, 사소한 순간을 위대함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빛났다. 인생을 재미 있게, 의미 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혜선(대전학생교육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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