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상감 이선제 묘지 앞뒤 모습. 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
1998년 일본으로 밀반출된 조선전기 묘지(墓誌 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묻는 돌판)인 ‘분청사기상감 이선제 묘지’가 국내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은 지난달 8월 기증받은 묘지를 최종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묘지의 주인공은 필문 이선제(1390~1453)다. 세종연간사관으로 『고려사』를 개찬하고, 집현전 부교리로 『태종실록』을 편찬했다. 강원도관찰사와 호조참판 등 고위관직을 두루 거친 문종연간 예문관 제학에 이른 조선전기 호남의 대표적인 역사인물이다.
묘지는 일본인 소장자의 유족인 도도로키 구니에 여사가 “한일 간 신뢰와 정이 돈독해지길 희망한다”며 죽은 남편의 유지와 선의에 따라 재단에 기증했다.
묘지는 1998년 6월께 김해공항을 통해 문화재밀매단에 의해 반출됐다.
당시 묘지의 가치를 알아본 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에서 이를 막았지만, 범죄요건에 성립되기 어려워 압류는 물론 신고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문화재감정관실은 묘지를 상세히 그려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문화재관리국에 제보했지만, 한 달 뒤 묘지는 문화재밀매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숨겨져 감정절차 없이 일본으로 반출,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후 2014년 10월 일본지역 문화재 유통실태를 조사하던 재단은 일본의 고미술상 와타나베산포도의 소개로 묘지의 존재를 알게 됐고, 2015년 12월 묘지 소장자인 고 도도로키 다카시를 만날 수 있었다.
‘분청사기상감 이선제 묘지’는 오는 1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63년 만에 언론에 첫 공개되고, 10월 31일까지 조선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묘지는 분청사기에 상감기법으로 지문을 새겨 백토를 채운 뒤 유약을 바랄 구운 위패형이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판의 앞뒤에 총 248자를 새겨 묘지의 주인공의 생애와 가계는 물론 제작연대까지 보여준다. 특히 묘지를 통해 최초로 이선제의 생몰년이 공식 확인돼 그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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