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0. 니오스 호수의 재앙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30. 니오스 호수의 재앙

  • 승인 2017-09-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산타블루 연구소의 조형준은 스크린 위에 전개되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조박사의 얼굴은 이미 창백하다. 입술이 파랗게 변하였지만, 꼭 다문 채 주위 사람들을 힐끗 둘러보았다.

얼굴색은 다르지만 백인이건 흑인이건, 황인이건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표정의 의미는 역력한 것이었다.

경악과 공포에 질리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멍청이의 표정들이었다.



산드라는 보고를 계속하였다.

“1986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마는 금번 같이 대규모는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도 원인에 대해 분명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화산가스 폭발 재해라고도 하고, 호수 밑바닥의 독가스가 방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으며, 무엇인가의 원인에 의해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 것이 화학작용으로 인해 독가스로 변화하였다는 설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카메룬의 니오스 호수는 그 후 사람이 살지 않다가 다시 인구가 유입되어 더 큰 마을들이 형성되었는데, 그것은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인해 오히려 더 풍족하고 편리하게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니오스 호는 화산호로서 주변의 계곡과 개울이 잘 발달되었을 뿐만 아니라, 목초가 풍부하여 소와 양의 방목지로서도 최고의 적지였습니다.

니오스의 맑은 물은 비록 원시사회의 형태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오염되지 않은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재앙으로 3500여명이 몰살하게 된 것입니다…….”

니오스의 재앙은 기괴한 것이었다.

애초에 이 재앙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최초의 발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산타블루 연구소의 시윕스 자료 판독자였던 산드라였다.

그는 자료를 판독하다가 호수의 색깔이 변해 있는 니오스 호를 주목하게 된 것이었다. 당연히 푸른색이어야 할 호수의 색깔이 회색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스크린의 3D 영상 칼러의 문제인가 의심해 보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불과 하루 만에 푸른색이 회색으로 돌변한 것이었다.

보고를 받은 프리드리히 소장은 이를 즉시 NASA에 보고하였고, 지금 회의장의 영상들은 바로 NASA가 보내온 위성사진들이었다.

땅위의 개미까지도 식별한다는 위성사진에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인간의 시체는 물론 소, 양, 개, 독수리, 개구리, 심지어는 곤충의 사체까지 온 마을들을 뒤덮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피를 쏟으며 죽어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울창한 숲의 나무들이나 풀은 싱싱하게 그 푸른빛을 발하였다.

어떤 무기도 이렇게 신속하게 이렇게 많은 사람을 순식간에 사망에 이르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중성자탄이 있다면 이런 모습으로 사람들을 죽게 하는 것일까.

지금 카메룬 정부와 국제 적십자사는 NASA의 이 믿을 수 없는 위성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헬기와 차량으로 니오스 호의 마을에 접근 중이었다.

아직 CNN은 잠잠하고 있지만,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CNN은 24시간의 생방송을 대대적으로 이곳에 집중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조형준이 있는 산타블루 연구소에서는 위성사진으로 현장을 실시간으로 세밀하게 사태를 파악하며 분석하고 있었다.

회의는 속개되었다. 무엇이 원인인가 하는 분석회의였다.

하지만 이 분석 회의에 조형준 박사는 참석통보가 없었다.

‘원인은 무엇인가의 독가스이겠지. 강력한 독가스를 살포했을 때의 현상이야. 저렇게 광범위한 지역에서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을 일시에 사망시키기 위해서는 그 살포량은 천문학적인 양이어야 한다.

하지만 1986년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고 하지 않던가?’

1986년 니오스 호에서 일어난 수수께끼의 재앙은 결국 어떠한 과학적 원인도 찾아내지 못하였었다.

형준은 곰곰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그 원인이 밝혀질 것인가?

손등에서부터 등으로 빠르게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유난히 그날 저녁 CNN은 숨가쁘게 바빴다.

뉴욕의 CNN 시츄에이션 룸은 세계 각지의 특파원을 불러대 전 세계에 걸쳐 발생한 재해에 대해 보도하느라 손이 모자랐다.

“호주의 앤더슨 특파원을 연결하겠습니다. 호주 상황은 어떻습니까?”

“1주일 전부터 시작된 코우프 만과 맥클린 지역 해안가에서 발생한 산불은 시드니의 주택가를 침범하는 기세로 번지고 있어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일부 주민들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기로 인해 10m 전방의 시야가 식별하기 어려운 장해를 겪고 있으며, 어린이를 비롯한 노약자들은 호흡장애를 일으켜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각국 정부에 사상 최초로 산불 진화를 위한 원조를 요청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원시림이 많은 호주에서는 자연산불은 생태계의 복원이라는 차원에서 진화를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는 정책을 써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상은 바뀌었다.

호주 산림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유칼리나무이다.

유칼리나무는 코알라의 주식인데, 향기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알코올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한번 산불이 나면 기름나무에 불이 붙은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나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단순히 물을 살포하여 진화를 하는 그런 수준의 산불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의 산불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악성중의 악성이었다.

화재


이어서 런던 특파원을 연결했다.

런던 특파원은 유럽에서의 폭우 재난 상황을 전했다. 아일랜드, 스칸디나비아 지역 등 북유럽에 폭풍우가 몰아쳐 수십만 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었으며 교통이 전면 마비됐다는 것이었다.

세계 3대 석유수출국인 노르웨이의 원유생산 중 11%를 차지하는 해안 유전지대가 피해를 입어 원유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 북해 해안도시 로스스토르에서는 항만의 수위가 평소보다 2.5m나 높아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고 했다.

발트해 연안국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에서는 전체 가구의 40%가 정전돼, 에너지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고 전했다.

파도


그리고 카메룬의 비극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긴급뉴스. 긴급뉴스.

TV에 비치는 영상은 형준이 연구소에서 보았던 사진들과 동일한 내용들이었다.

형준은 연구실에 돌아와 충격적인 오늘의 일들에 대해 머릿속을 정리해 보았다. 전 세계에 재난이 빈발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구 멸망의 예언을 하는 자들은 이미 1000년 전부터 지구의 이변을 경고해 왔었다. 그리고 최근의 기상이변이나 지구 온난화 현상 같은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05년에 있었던 동남아시아 쓰나미는 30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내지 않았던가. 그리고 파키스탄의 지진이나, 최근 유럽의 폭우, 호주의 산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가뭄, 그리고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등도 따지고 보면 과거에 없었던 일은 아니었다.

지금 세계가 놀라고 있는 카메룬의 니오스 호수의 수수께끼도 이미 1986년의 재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의 재난이나 재해에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왠지 가슴이 서늘하고 몸에서 소름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형준이 느끼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감은 이러한 일들이 일시에 발생했다는 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하나하나의 재난은 놀라운 것은 아니다. 지구의 역사로 볼 때 이러한 변화라는 것은 일상과 같은 다반사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전 지구적으로 동시에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재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왠지 예사롭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형준은 생각에 잠기다가 산타블루 연구소의 무언지 알 수 없는 분위기도 생각의 그물에 걸려 들어왔다.

프리드리히 소장을 비롯한 핵심 연구원들은 무언가 말하지 않는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단순한 과학적 연구상의 비밀이라면 당연히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형준의 감각으로는 그런 성질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딘지 어두운 비밀이 있다.

산타블루 연구소와 NASA.

산타블루 연구소는 최초의 발견자였다.

MIT라는 온상 속에서 연구만을 인생의 전부로 삼았던 자기물리학.

형준의 목숨과도 같은 전공이다.

역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중 가장 많은 분야가 바로 자기 분야이었음을 프라이드로 여기며 최고의 두뇌집단이 집결된 곳에서 가장 비밀스런 자연의 베일을 건드린다는 자부심에 몸을 던져 왔던 형준.

자기 물리학을 이용하여 해양 생태계의 영향을 분석하고자 이곳에 왔었다.

그는 자연의 신비를 누구보다도 섬세하게 체험하고 있었다.

과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자연의 정교함과 거대함에 경의를 표시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자연의 신비는 그 베일이 얇아지기는커녕 더 두꺼워진다는 사실에 좌절을 하고 만다.

그 좌절은 경외심의 다른 감정이기도 했다.

형준은 동기생 중에 의대에 간 친구의 말이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인체를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는 인체에 대해 알 수 없어진다. 그리고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무서워진다. 내가 어떻게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까 하고.

치료는 인간이 할 수 없고 오로지 신만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점 강해지는 두려움에 나는 의대를 간 후에 신을 믿게 되었다.’

형준은 연구실의 문을 잠갔다.

오늘 밤은 아마 잠을 못잘 것 같다.

컴퓨터를 산타블루 연구소의 주 컴퓨터에 연결시키는 해킹을 개시하였다.

자연보다는 산타블루의 비밀을 푸는 게 지금으로서의 형준에게는 더 쉬울 것 같았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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