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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눈을 떴다. 겨우 세수만 하고 운전대를 잡고, 친정으로 향했다. 친정에 도착하니 7시. ‘아침 7시’란 시간이 어떤 사람에겐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시간이고, 어떤 사람에겐 눈은 떴으나 이불 속에서 있거나, 아니면 하루 일과를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다. ‘자기 이해’를 하기 위해 어릴 적 나의 행동이 궁금했었다. 그래서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어서’ 라는 문자를 아들과 딸에게 남기고 훌쩍 떠난 친정 길.
최근 나는 눈의 질병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가슴이 철렁. 막막함,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수술을 받기로 마음 먹고 병원문을 들어섰다. 그리고 수술 날짜를 받아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망막 위로 혈관이 자라나서 시야를 흐리게 하고 급기야는 실명이 된다는 것이다. 원인을 모르니 계속 검진을 통해서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그래도 치료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어느 누구도 내가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나를 꼭 안아보았다. 외롭고, 가냘프고, 애써 살아왔던 삶의 여정이 그대로 느껴져서 눈물이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렸다. 부모님을 뵈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나는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간절함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어떤 일이든 간절함이 있어야 이루어진다. 대학원 선배가 위로해준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복된 것은 기도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라’고.
믿음은 들음으로써 생겨난다고도 말씀하셨다. 간절함은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있어서 크게 작용한다. 예수님께서는 채찍으로 살이 찢기고, 살점이 떨어지는 고통을 당하시다 결국은 십자가에 처형당하는 아픔을 겪으셨다, 예수님의 고통당하심이 나의 질병을 대신하셨다고 하면서 아픈 곳에 손을 대고, 깨끗하게 낫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할 때 그 기도가 하나님께 전달되어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셨다. 간절함이 극진할 때 치유가 된다는 것을 믿으라고 말해준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면, 역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는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여러 번 체험한 바 있다. 정신분석가 프로이드가 말하는 무의식을 많이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내 몸이 아프고, 여러 차례 수술도 하고, 다시 병이 재발하여 수술해야 하는 시간을 남겨두고, 지금 현재 이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많은 생각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에 취해보기도 하고, 드라이브를 즐겨보기도 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대화를 나눠 보면서 토닥토닥…… ‘잘 살아왔어. 그리고 잘 이겨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었다.
내가 오늘을 맞이하는 것 같지만, ‘그것이 아니다’는 것과 아침을 맞이하는 색깔이 매일 다르다는 사실. 나에게 있어 무의식이 의식을 이끌고 간다는 것을 체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그 과정 속에서 살고 있다. 본래 자기를 찾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실존주의 빅터 프랭클이 ‘라 로슈푸코의 사랑’에 관한 말을 변형하여 인용한 글 내용에서 ‘폭풍 앞에서 작은 불은 꺼지지만 큰 불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것이다.’ 나는 내 앞에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역경과 싸워야만 하고, 그리고 꼭 이겨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리라 확신한다. 곤경과 재앙 앞에서 약한 신앙은 약해지지만 강한 신앙은 더욱 굳세어진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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