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윕스 (SeaWiFS: Sea-viewing Wide Field-of-view Sensor).
광역해양 측정 위성.
NASA(미 항공 우주국)에서 개발한 이 기구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지구의 대양의 색깔변화를 측정하여 전송해 준다.
1997년 8월 우주궤도로 쏘아 올려진 이 기구는 지구환경, 기상, 해양오염이나 해양 생태상황을 색깔의 변화에 따라 미세하게 관측하여 제공함으로써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해석하게 하는데, 이 자료는 엄밀하게 통제되고 있다.
이 위성은 OrbView-2(OV-2)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프로젝트의 이름은 시윕스 프로젝트 또는 오르비이미지(ORBIMAGE)라고 불리운다.
대륙은 붉은색, 갈색, 노란색, 그리고 녹색으로 반짝인다.
바다는 붉은색, 녹색, 연푸른색, 짙푸른색으로 깜박인다.
이 색깔로 지구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떤 꽃과 잎이 피는지 알아낼 수 있으며, 해양의 색깔 변화는 해양 식물 플랑크톤의 변화 상태를 알려줌으로써 지구 대기의 변화나 심지어 봄에 피는 꽃들의 개화시기까지도 예측하게 해준다?
이 위성이 보내온 지구상의 각양각색의 식물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갑자기 시인이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어느 연구자는 ‘지구의 맥박을 느낀다’고 했다.
5년마다 측정되는 지구 전체의 해양색깔이나, 이틀마다 보내오는 전송사진은 지구의 기상예측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산타블루 리서치 및 연구소(SBRI)는 이 SeaWiFS의 주요 고객연구소이다.
물리학 박사로서 포스트닥터과정을 이 연구소에서 수행하고 있는 조형준 박사는 MIT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금년 2월부터 이곳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전공은 해양학과는 관련이 없는 자기물리학이었다.
하지만, 최근 물리학은 월드뱅크(World Bank)의 경제 동향 분석을 비롯하여 해양 생태학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추세다.
그는 자기물리학을 이용하여 해양의 어종 변화추이를 연구하는 센타의 한 부문연구자로서 이 연구소에 오게 된 것이었다.
해양연구를 위해 위성에서 보내오는 전송사진이나 자료는 시윕스(SeaWiFS) 프로젝트만이 아니다.
미국의 NOAA기상위성, LANDSAT위성체계, GOES-EAST, WEST 위성, 프랑스의 SPOT 위성, 일본의 MOS-1 위성, 유럽우주기구의 METEOSAT 위성들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해독하여야 한다.
6월 들어 어느 정도 연구소 분위기와 사람들과도 익숙해진 뒤로 조 박사는 시윕스 자료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조 박사가 인공위성사진으로 본 시윕스 데이터는 물론 해양의 색깔이었지만, 그 색깔은 주로 식물 플랑크톤의 양의 증감에 따른 색깔변화였다.
식물 플랑크톤은 이미 학계와 연구자들은 신비의 식물군으로 취급하여 왔다. 말하자면 식물 플랑크톤은 태양에 맞서며 스스로 ‘자외선 차단 물질’을 뿜어내는 생명체인 것이다.
바다 수면 가까이에 살고 있는 원시생물인 ‘식물 플랑크톤’은 태양의 위력이 강렬해지면 놀랍게도 하늘에 구름을 불러 모아 자외선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생명체들이 신비롭게도 구름을 만드는 것이다.
1998년, 시윕스 자료를 분석하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몇몇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바하마제도의 동쪽 앞바다인 사르가소 해역에서 식물 플랑크톤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밝혔다.
태양빛이 강해지는 한여름 자외선은 식물 플랑크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한다. 이 위협을 피하기 위해 식물 플랑크톤은 황(S)이 포함된 화합물(DMS)을 생산한다. 몸을 감싸고 있는 세포벽을 두껍게 만들어 안쪽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이 식물의 신비성은 다음부터이다.
이 화합물(DMS)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돼 대기로 들어가면 산소와 반응해 새로운 황화합물이 만들어진다. 바로 이 물질이 주변 수분을 흡수해 구름을 만드는 ‘씨앗’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심 25m 이내의 따뜻한 물에 살고 있는 식물 플랑크톤의 경우 6월부터 9월까지 DMS의 분비가 최고조에 달했는데 그 77%는 순전히 자외선 때문에 발생했다. 반응속도도 빨라 DMS가 만들어져 구름 씨앗으로 변신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3∼5일 정도에 불과했다.
태양이 작열하면 순식간에 구름을 만들어 자외선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한 식물 플랑크톤은 단순히 바다의 1차 생산자에 머물지 않고 지구의 기후를 안정화시키는 역할도 단단히 한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살기 때문이다.
흔히 아마존 같은 열대우림을 ‘지구의 허파’라 부르며 이산화탄소의 효과적인 제거 장소라 알고 있지만, 바다의 플랑크톤이 지구 이산화탄소의 50% 이상을 처리하면서, 지구 대기중의 이산화탄소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모스 랜딩(Moss Landing) 해양연구소의 존 마틴 박사는 이런 분야의 세계최고의 권위자였는데, 1988년 그는 농담 삼아 ‘나에게 철 반 탱크만 주시오, 그러면 빙하시대를 열어 보이겠소’라고 한 바 있는데, 그의 동료들은 미국국립과학재단의 후원을 받아 두 차례의 현장 실험을 해 그의 농담이 과학적 사실임을 입증했다.
1993년과 1995년에 남아메리카 서해안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갈라파고스 군도 근처의 250 평방마일의 바다에 황산철이 뿌려졌다.
200 피트의 가시거리를 지닌, 오염되지 않은 청정 해역에 철을 방출한 지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식물성플랑크톤이 자라기 시작하자 바다는 4내지 6피트의 가시거리 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탁한 초록빛으로 변했다.
초기에는 식물성플랑크톤의 번식으로 바다 색깔이 매우 진해졌다가 나중에는 동물성플랑크톤에 의해 청소되었지만 거의 일주일 동안이나 식물플랑크톤의 번식 현상이 관찰됐다.
실험결과는 단시간 내에 식물성 생물자원을 두 배, 세 배로, 네 배로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고, 만일 이러한 생태변화가 조장된다면, 다시 말해 해양에 광범위하게 철이 뿌려진다면 이들에 의한 식물성플랑크톤의 빠른 성장은 해양을 탁한 녹색으로 변화시키고, 이들 식물플랑크톤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극적으로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대기의 냉각을 초래하여 지구의 기온이 하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학계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의 대량살상 능력이 은밀히 논의되곤 하였다.
즉, 남조류는 특히 세균과 일반적인 조류(藻類)의 중간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조류는 물속에 녹아있는 질소나 인이 고갈되면 번식을 멈추지만 남조류는 이런 조건하에서도 엄청난 속도를 갖고 대량으로 번식한다.
특유의 짙은 청록색을 띠기 때문에 남조류라고 불리는데, 흔히 말하는 녹조현상이라고도 한다.
녹조현상이 나타나면 어패류들은 이들이 품어내는 독소로 인해 죽게 되며 바다는 물론 호수나 강에서도 이러한 녹조현상은 얼마든지 발생이 가능하고, 이 물을 동물이 먹으면 구토 등의 병리현상이 나타나며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다.
만일 테러단이 특수종의 식물플랑크톤과 황산철을 몰래 호수나 강에 뿌린다면 다음 날 호수나 강의 물은 독물로 변한다.
이 물을 식수원으로 삼는 사람은 무차별적으로 사망하거나 무력화 되고 만다. 테러범들은 철이라는 풍부한 영양소만 이 플랑크톤에게 공급하면 된다.
학자들은 남조류나 식물플랑크톤의 연구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수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비밀스럽게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러한 식물 플랑크톤의 양의 변화에 따른 지구해양색깔의 변화를 관찰하여 그 결과를 다국적 원양 어업회사에 유상으로 제공해 오던 산타블루 리서치 연구소가 최근 왠지 상당히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었다.
시윕스 자료의 접근과 자료 관리를 철저히 하기 시작하였고, 위성자료실의 출입자격 인식시스템을 지문뿐만 아니라 홍채 식별기를 함께 부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다행히 조 박사는 MIT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인정받아서인지 자료실 출입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독일계 미국인 데이비드 볼프강 프리드리히 해양물리학 박사. 본 연구소의 소장이다.
예년보다 유난히도 더위가 일찍 시작되어 7월 초인데도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금요일 오전, 퇴근하면 보스톤에 있는 3개월밖에 안된 신부를 보러 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는 조형준에게 주말의 가벼운 기분이라도 풀겠다는 것인지 프리드리히 소장이 명랑하게 조형준에게 커피를 권하였다.
프림이 듬뿍 들은 스타벅스 커피여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형준은 모처럼 소장이 권하는 머그잔을 기꺼이 받았다.
“금요일이 제일 즐거운 오후지요?”
“물론입니다. 일요일 오후가 제일 괴롭고요.”
“요즈음 연구는 잘 되고 있습니까?”
돌고래나 상어를 비롯한 대형 어류의 서식분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센타에 온 이후로 조형준 박사는 최근 돌고래의 해양 이동분포를 유심히 관찰하며 이해하고자 하였다.
소장에게 자기의 연구 경과를 말해달라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조 박사는 소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요즘의 세계 이상 기후가 심상치가 않군요. 기온도 기온이지만, 허리케인이 나 태풍이 시간을 이탈하고 있어요.
대개는 7월말이나 8월에 오는 허리케인이 6월에 기습적으로 오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뉴올리온즈를 강타한 캐롤라인 허리케인은 100년만의 가장 강력한 것이었지 않습니까? 시기적으로도 주기를 벗어난 것이었고…….”
“지구 전체가 라니뇨 현상에 몸살을 겪고 있는 거 아닙니까? 올해는 특히 심한 것 같습니다.”
“조 박사, 어제 전송된 시윕스 자료 봤습니까?”
“녜. 보긴 봤습니다마는, 자료는 산드라 박사가 분석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마는..”
“아, 그래요, 자세히는 못 보셨군요. 닥터 조, 이 커피 맛 어때요?”
조형준은 소장이 무언지 자기를 떠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조형준이 알기를 바라지 않는 무엇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맛있습니다. 이 커피는 색깔이 푸르군요.”
“아 그 커피 말입니까? 커피가 아니고 녹차입니다. 메론 맛 비슷하지 않습니까? 건강에 좋다고 하지요.”
“아, 요즘은 스타벅스에도 녹차가 나오는군요……”
대화를 대략 얼버무리고, 소장은 자리를 일어섰다.
조형준은 잠시 연구실 앞바다에 있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연구실로 돌아왔다. 어제 전송된 시윕스 자료를 찾아보았다.
연구소의 유일한 여성 연구원인 가냘프지만 강인해 보이는 산드라 레이튼이 이 앉아 분석하던 모니터에 앞에 앉아 컴퓨터를 열었다.
어제 전송되어 온 자료를 검색해 보았지만, 컴퓨터에는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삭제하여 다른 파일에 옮긴 것이 틀림없었다.
자존심이 상하였다. 산드라를 찾았다.
산드라는 없었다.
연구실에 있는 비서에게 물었더니 모두 미팅중이라는 답이었다.
조 박사에게는 통보되지 않은 일정이었다.
조형준은 목을 뒤로 재끼면서, 힘껏 좌우로 몇 번을 흔들었다. 목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나름대로의 운동이다. 공부에 몰두하기 전에 반드시 고개를 풀던 버릇이었다.
컴퓨터에 조용히 앉았다.
삭제된 자료를 복구하는 것은 조형준에게 어려운 일이라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자료를 단순히 삭제를 하여서는 컴퓨터 하드에서 떠나지는 않는다.
하드 어느 곳에 숨겨져 있는 기억을 찾아내는 것은 사람에게서 전생을 묻는 것과 같은 메카니즘이다.
컴퓨터의 잠재용량을 깨우는 것이다.
조형준은 보스턴에 전화를 걸었다.
신혼의 아내에게, 오늘 저녁 야근한다는 전화였다.
금요일 저녁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조형준은 밤새 컴퓨터와 씨름을 했다.
새벽녘이 되어 그의 눈앞에 전개 된 시윕스 전송자료는 대양별로 2일마다 입력되어 수많은 자료가 날짜와 시간별로 차례차례 뜨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아서는 아주 똑같은 사진의 연속이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조 박사는 사진마다의 차이를 발견하기 위해 신경을 집중시키고 사진을 분석하였다.
HPRT와 GAC의 툴을 응용하고, 데이터 통합 분석시스템인 SDPC시스템의 입력 자료를 분석해 보았다.
원시자료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전송사진간의 차이를 분석시스템에서는 구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놀랍게도 컴퓨터는 뜻밖에 큰 선물을 풀어놓았다.
산드라 레이튼.
그녀는 이미 삭제된 자료들을 다 분석하여 보고서를 마련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조형준은 네덜란드의 마순원에게서 온 메일을 읽기 시작했다.
귀여운 녀석…….
(계속)
우보 최민호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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