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할퀴고 지나간 지 얼마 안되어 나는 동아시아 궁핍한 교회들에서 말씀을 선포하며 섬기고 있었다. 모두 지하교회들이었다.
교인들은 하나님을 예배하다 잡히면 논밭과 자유, 가족, 목숨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밤중에 은밀히 만나 예배를 드렸다. 열에 아홉은 날마다 밭에 나가 종일 일해야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는 가난한 농부들이었다. 그들과 두 주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하나님 말씀을 펴놓고 제자가 된다는 게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을 주선한 분이 나서서 교인들에게 최근에 허리케인이 몰아쳐서 뉴올리언스를 초토화시켰고, 교회들이 무너지고, 우리 집을 비롯해 수많은 주택들이 휩쓸려갔다는 사실을 광고했다.
그리고 며칠 후 지하교회 교인들과 보내는 마지막 날 밤이 되었다. 집회가 끝나자 가정교회 지도자인 량(Liang) 선생이 봉투를 하나 건넸다. “목사님과 뉴올리언스에 있는 교회 식구들을 위해 저희가 드리는 헌금입니다.” 나는 황급히 거절했지만 량 선생은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도 섬길 수 있는 기쁨을 맛보고 싶습니다.” 액수는 많지 않았지만 지하교회 교인들에게는 제법 큰 몫을 떼어놓은 희생이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희생하며 너그러운 마음을 쏟고 있는가?
데이비드 플랫 <카운터 컬처>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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