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아파트에서 이웃을 서로 배려하는 벽보들이 잇따라 등장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흡연문제나 반려견 소음, 쓰레기 무단 배출 등 아파트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 정반대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지난 2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화재로 집안 내부가 전소됐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이어졌다. 현재 소방당국에서 화재의 원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화재 피해자 측에서 이웃들에게 보여준 행동이 이목을 끈다.
화재 피해자 측은 아파트 승강기 내부에 “저희 집 화재로 인해 많이 놀라셨을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가족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많이 놀라고 경황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살아 추억도 많고, 너무너무 소중한 공간인데 갑자기 무너져 버려 정말 슬픕니다”라면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안타까운 이웃이라 생각하시고,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너그럽게 양해부탁드립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게시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응원의 벽보가 붙었다는 점이다. 한 이웃은 “이웃은 큰 피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라며 “얼른 마음 추스르고 추억이 깃든 곳에서 살기 바랍니다”라고 피해 이웃을 위로했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봉연씨는 “사회 전체가 개인주의와 청소년 집단폭행 등 상대방 또는 이웃 간에 두터운 불신과 모르쇠의 장벽이 처려 있는 삭막한 현실 속에서 안타까운 일이 닥쳤음에도 이웃 간의 따뜻한 배려와 정을 나누는 훈훈한 모습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유성구 반석동의 한 아파트에도 아파트 단지 내 청소 아주머니를 배려하자는 벽보가 게재돼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 벽보에는 “우리 통로를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는 청소를 너무나 정성스럽고 깨끗하게 해 주십니다”면서도 “그런데 이 통로에 사시는 몇몇 분들은 쓰레기 국물까지 엘리베이터에 개념없이 흘리고, 악취가 진동하고 뒷정리는 나몰라라 하시구 가래를 바닥에 뱉기도 하구요. 아이들은 과자봉지를 스스럼없이 버리구요. 통로 동민의 한 사람으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뵐 면목이 없다”는 내용이 실렸다.
게재한 주민은 같은 통로 주민들에게 “조금만 더 배려하면서 살면 어떨까요”라며 “상쾌한 기분으로 앨리베이터를 타고 싶다”고 서로 배려하는 자세로 소통하자고 요청했다. 강우성 기자 khai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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