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혜의 시대, 우리를 아는 것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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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혜의 시대, 우리를 아는 것이 먼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09-07 14:20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 한여름 계룡산의 모습.
▲ 한여름 계룡산의 모습.


꽤 오래전 이야기 입니다. 훗날 대통령 비서실 사회통합수석을 지낸 박인주(1950 ~ ) 선배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명일 국토통일원장관을 지낸 신도성(愼道晟, 1918 ~ 1999) 박사가 지나는 길에 대전을 둘러보고 싶다하니 가볼만한 곳으로 안내를 부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전에 살지만 지역에 대해 무지했던 탓이지요. 지금이야 자료의 취합, 분석이 쉽지요. 당시엔 그러하지 못했어요. 결국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 결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보문산’과 지금은 사라진 ‘만수원’에 안내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은 아니겠으나, 교육(연희전문, 서울대, 이화여대 교수), 정치(국회의원, 통일원 장관), 행정(경남도지사), 언론(동아일보 논설워원) 등 다양한 경륜을 쌓은 신도성 박사는 대전대학 초빙교수로 재직하다 대전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이야기 범주를 조금 확장해 볼까요? 대전소재 국악원에서 판소리를 열심히 배우는 독어독문과 교수를 만났습니다. 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국악을 배우는 것은 몰랐지요. 판소리를 공부하게 된 동기가 있더군요. 유학 시절 알게 된 외국인들이 찾아오면 우리 것을 몰라 한국을 소개하고 안내하기가 어렵더랍니다. 비단 남에게 알리는 것뿐만이 아니지요? 독어독문을 연구했다 해서 그것으로 독일인과 견준다면 과연 비교우위를 차지 할 수 있을까요? 브라질 가서 삼바춤을 보여주거나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추면 박수를 받을 수 있나요? 이런저런 연유로 우리의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답니다.

미래를 체험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지식보다 지혜를 요구하는 시대라는 말입니다. 지혜는 지식보다 체험을 통해 더 많이 얻어집니다. 풍부한 경험을 축적하는 것, 견문을 넓히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요. 외국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르지 않겠지요. 언어는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외연수를 하거나 여행에 열을 올리는 것을 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란 생각입니다.

필자도 보통 이상의 국내외여행이나 체험을 하였다고 생각했어요.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아는 바가 아주 미흡 했습니다. 부끄러운 정도였어요.

국내에 유네스코 지정 자연유산은 제주도 밖에 없습니다. 산업화과정에서 난개발 한 탓이지요. 그럼에도 아름다운 명소가 차고 넘쳐요. 계룡산, 태안해안 등 22개의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칠갑산, 대둔산과 같이 광역단체들이 지정한 도·시립공원 25개가 있습니다. 한 번 올라 모두를 돌아볼 수도 없고, 감히 산을 안다 할 수야 없겠지요. 경험한 바로는 모두 빼어난 경관을 자랑합니다. 물론 지정되지 않은 곳들도 아름다운 곳이 많지요.

국토는 작지만 뛰어난 문화유산이 엄청납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것들만 살펴도, 우리 동네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비롯 창덕궁, 종묘 등 12개의 세계유산이 있고요. 한산모시짜기, 매사냥 등 19건의 무형유산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13종의 기록유산이 있습니다. 유형유산은 언제고 찾아보면 되겠지요. 다른 것들은 축제 형식이나 정기 발표회 등의 형식으로 시연을 보이거나 열람하고 있습니다.

세계유산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엔 17개의 광역자치단체와 226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는데요. 각종 문화재, 박물관, 문학관 등 지역마다 특별하고 놀라운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마다 2·3박 정도 일정을 잡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까지 만으로도 필자의 체험이 아주 일천함을 알았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체험이 미래를 준비하고 밝히는 주춧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주춧돌은 몰라도 마중물은 될 것을 확신합니다.

미래사회, 미래세대의 체험활동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어 생각해 보았는데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 하지 않나요? 하면 좋은 것들이 태산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라, 인생을 설계하라 합니다. 중년 이후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계획이 있어야 삶의 의미가 주어지고, 활력과 건강을 얻게 됩니다. 보통 인간의 수명을 120세까지 보더군요. 죽고 사는 것이야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먼저 갈수도, 더 살 수도 있겠지요. 장수하신 어르신들의 말씀입니다. 인생을 정년까지만 설계했다가 남은 생을 허송했다 하더군요. 누구든 인생계획을 천수까지 세워야 허송세월을 하지 않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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