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6개월만 내면 권리(책임)당원... 지인 부탁 거절 어려워 중복 당적 수두룩
중복 당적 확인 사실상 불가... 선거 앞두고 무분별한 모집 차단 방법 없어
#자영업자인 A씨의 당적은 3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의 당원이다. 정치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인 직접 부탁하거나, 한 다리 건너 부탁받다 보니 어느새 ‘중복 당적’ 보유자가 됐다. 1000원을 6개월만 자동이체하면 된다고 해서 별 고민 없이 다 받아줬다. 그렇다고 정당행사에 참여하거나 당원으로서 활동하는 건 아니다.
A 씨는 “사업을 하다 보면 인맥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당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기업인 B 씨는 얼마 전 정치인이 직접 부탁한 당원 가입을 어렵게 거절했다.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지인과 사이가 나빠서도 아니다. 기업인으로서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가 특정정당에 가입할 경우 자칫 경쟁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도 거절한 이유다.
B 씨는 “정치인이 잘되면 혹여나 도움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며 “당원으로 활동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가입만 하면 양심에 찔릴 것 같아 사양했다”고 말했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치열한 당원모집 경쟁을 벌이면서 곳곳에서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다당체제하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무늬만 당원’이거나 ‘중복 당적’ 보유자가 속출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은 ‘100만 당원 확보’가 목표다. 이달말까지 모집한 당원에게 권리당원 자격을 주기로 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수백여장의 입당원서가 대전시당에 도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전국 각 조직에 지역구 인구의 0.5%를 책임당원으로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여기에 책임당원 2배 확충, 지역별 청년ㆍ여성당원 최대 150명을 확보하라는 지시까지 떨어졌다.
이를 위해 책임당원 요건을 3개월 1000원 납부로 낮췄다. 기존에는 2000원씩 6개월 이상을 내야 권한을 줬었다.
바른정당은 전국적으로 ‘바른정당 주인찾기’ 캠페인을 통해 당원 모집에 나섰고, 안철수 대표 체제로 출발한 국민의당도 지방선거에 사활을 갈 수밖에 없어 대대적인 당원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4당 모두 당원모집을 위해 내세운 선봉장은 지방선거 출마주자들이다.
모 시의원은 “공천과정에 권리(책임)당원이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지금은 당원가입서를 받는데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다른 당적을 보유한 사실을 알고도 또 부탁할 정도로, 이미 중복 당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정당마다 당원 가입요건이 다르고, 중복가입 여부를 철저하게 가려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치권도 이를 엄격하게 규정하거나, 강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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