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
부정청탁금지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법 시행 이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이나 금품제공, 접대 등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이 법 때문에 일부 업종의 매출이 크게 감소되고 있다는 소리에 마냥 안도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법 시행 전에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이 제한하고 있는 부패친화적인 선물, 즉 직무관련자에게 주는 고가의 선물은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므로 일부 업종에 대한 매출 감소를 예견하였고 따라서 고가의 선물이 줄어드는 것은 법의 부작용이 아닌 시행효과의 일부로 보고 있다.
그런데 법 시행 여파로 음식점과 농축수산물의 매출이 예상외로 크게 감소되었다고 하자, 관련부처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추석 전에 직무관련자에 대한 음식 값 상한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하고, 농축수산물에 한하여 선물가격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은 전통적인 미풍양속에 따른 선물, 가까운 친지사이에 주고받는 선물까지 금지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직무 관련이 없으면 공직자에게 100만원까지, 직무관련이 있더라도 사교ㆍ의례 등의 목적으로 5만원 이하의 선물은 줄 수 있는데도 법에 대한 오해로 인해 일부에서 가액기준 상향, 예외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일부의 요구대로 특정품목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게 된다면, 다른 품목들과의 형평성이 문제될 것이며 이는 추가적인 예외 허용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한우나 굴비와 같은 고가의 선물은 10만원으로 상향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하므로 법 취지만 훼손되고 청탁금지법 자체의 준수 의지가 저하될 뿐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범정부적으로 청탁금지법에 대한 오해로 인한 소비위축에 대해서는 그 오해를 불식시키고, 법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시키려는 노력과 소득이 감소된 업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권익위는 음식 접대문화 변화를 위해 각자내기(더치페이) 캠페인을 벌이는 등 수요자 유형별, 관심 주제별로 청탁금지법 바로알기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선물제공이 가능한 범위에 대해 신문, TV,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관련부처에서는 한우 등 일부 농축수산물 등의 경우 도매가격은 대폭 하락하였으나, 소비자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를 감안하여 소비·유통구조 개편이나 별도의 정책지원 등을 통해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소비와 매출은 경제적 요인외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주변국의 정책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법 시행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파악하려면 다양한 지표와 상황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조사 없이 일부 업종의 소비감소만을 이유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전문연구기관에서 이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권익위는 향후 그 연구 결과와 대국민 의견 수렴을 토대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청탁금지법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존재하나 여전히 국민들의 지지여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청렴문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익위는 앞으로도 그 동안 시행효과로 변화된 청렴문화를 더욱 향상시키고, 공정한 직무수행으로 공직자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국민의 일상생활이 위축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아무쪼록 이 법이 국민들의 염원대로 ‘절차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가장 기여하는 법이 되길 기원한다.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