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배심원단 투표로 사업 선정…6억 3000만원 규모
구민 중심 구정…타 도시 벤치마킹 대상되기도
대전 유성구민은 ‘누구나 구청장’이 될 수 있다. 살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이나 펼치고 싶은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구민의 예산을 반영해 실현으로 이어진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일반적인 얘기지만 유성구에선 더 특별한 주민참여가 이뤄진다. 예산 1억원 이하 사업을 주민이 제안하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우수한 사업을 추려낸다. 그리고는 성별과 연령, 거주지 등을 바탕으로 무작위로 선정한 구민배심원이 한 데 모여 최종 사업을 결정하는 식이다. 구는 지난달 28일 구민회의를 통해 총 3건의 사업을 선정했다. 좀 더 작은 단위로 펼쳐지는 동 단위 주민참여예산제 역시 활발하다. 30건의 사업이 내년 예산 반영을 앞두고 있다. 중심의 유성구가 펼치는 특별한 주민참여예산제를 소개한다.
▲구민이 제안하고 실시한다…‘누구나 구청장’
유성구의 ‘누구나 구청장’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난해 처음 실시됐다. 동 단위에서 실시하는 타 도시와 다르게 좀 더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기 위함이었다. 구는 주민편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주민으로 직접 제안받았다. 지난 4월 10일부터 5월까지 구 홈페이지를 통해 36건의 사업이 접수됐고 이중 사업의 구체성과 사업비 산정, 적격여부 등을 따져 17건을 선정했다. 구는 지난 6월 12일부터 21일까지 실시된 온라인 사전투표를 거쳐 추진이 가능한 10개 사업을 선정했다. 주민 822명이 참여해 직접 사업에 대한 선호도를 밝혔다.
최종 사업 선정은 지난달 28일 이뤄졌다. 지역과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구성된 구민배심원 33명이 구민회의에 참여해 제안자의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과 토론을 거쳤다. 배심원은 1인 3표로 1위부터 3순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이날 열린 타운홀 미팅 결과 제안된 공모사업 중 ▲횡단보도 LED안전유도블럭 설치▲같이 써서 가치 있는 ‘우리동네 공구도서관’ ▲치유텃밭 조성 ▲반석천 경관 조명 설치 및 안심길 조성 등 6가지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들은 유성구 주민참여예산 구민위원회와 구의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 내년 예산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동 단위 주민참여예산제도 활발
지난해 실시한 사업비 1억원 이하의 구 단위 주민참여예산제가 새롭게 각광받는 가운데 2011년부터 이어온 동 단위 주민참여예산제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 단위 ‘누구나 구청장’은 기획실이 시행하는 데 반해 동 단위는 자치행정과에서 추진한다. 대부분의 추진 일정은 비슷하게 진행된다. 같은 시기 온라인과 주민센터 방문을 통해 3000만원 이하 사업을 접수받았으며 온라인 사전 투표를 거쳐 구민의 선호도를 조사했다. 지난 6월 26일부터는 동 주민회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해맞이 행사와 음악회, 돗자리 영화제, 불법투기지역 양심화단 설치, 무료 체조교실, 생활공구 무료 대여, 지하보행로 개선사업, 방범용 CCTV설치, 광장 공공와이파이 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온라인 사전투표(20%)와 주민회의(80%) 결과를 반영해 동별 1~4개 총 30개 사업을 정했다. 마찬가지로 구민위원회를 통해 최종 심의·조정을 거쳐 내년 사업 반영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구민회의를 통해서는 어린이 안심존 설치, 청년문화 활성화 지원, 초등학교 주변 보도·보행환경 정비 등 총 4건이 예산을 통해 실현됐다.
▲한발 앞장선 참여예산제…타 도시 벤치마킹도
유성구의 이 같은 사업은 타 도시의 벤치마킹대상이 되기도 했다. 구민회의 당일 경북 상주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민간위원 15명이 현장에 방문했다. 위원들은 회의를 참관하고 간담회를 통해 유성구에서 펼쳐지는 주민참여예산제의 특별함을 살피고 돌아갔다.
이 같은 유성구의 정책은 구민 중심의 구정 철학과 가깝다. 구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실현하고 그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며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천하고 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주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선정하는 만큼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구정참여를 확대하고 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또 “특히 기존 동 단위로 이뤄지던 주민참여예산제를 지난해부터 구 단위로 확대 시행한 만큼 보다 많은 주민들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예산편성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구민배심원을 활용한 구민회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모습으로 매우 뜻 깊었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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