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 한밭기술지주 대표 |
70여 년 전 레이더에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인 ‘마그네트론’이 개발되던 중이었다. 마그네트론이란 양극과 음극으로 구성되어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 진공관이다. 어느 날 실험중 이상한 일이 생겼다. 간식용으로 주머니에 둔 초콜릿 바가 금새 녹아버리자, 그 원인이 마그네트론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다른 음식 재료를 가져와 실험을 했다. 옥수수 알갱이를 옆에 두었더니 팝콘이 되었고, 달걀이 익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인큐베이팅하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이다. 그는 후속연구를 통해 발명에 착수해 ‘전자레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중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개발로 유명한 레이시온(Raytheon)사는 1945년 특허등록과 사업화를 진행했다. 이때 스펜서의 나이가 51세였다. 대형 식당을 첫 고객으로 한 제품 크기는 사람 키 높이(약 1.8m), 무게는 340kg에, 가격이 약 5000 달러로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그 열배인 50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같은 호기심을 인큐베이팅한 결과, 우리 삶을 편하게 만든 대표적 제품이 탄생됐다.
이제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인큐베이팅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아이디어를 기회로 바꾸고, 이를 가치로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이 지난 몇 년간 활기를 띄고 있다. ‘아이디어를 사업계획서에 잘 담아 말로 발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이를 만들고 보완하는 실천교육도 진행 중이다. 캡스톤디자인, 창업경진대회가 그것인데 이젠 이를 창업제품화로 확대해가야 할 것이다. 이때 ‘메이커 스페이스’ 같은 공간에서 지역과 고객의 큰 문제와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멘토가 이를 보완한다면 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새 정부는 ‘2차 대학창업 5개년 계획’을 준비 중이다. 지난 5년간 창업친화적 학사제도가 마련됐으며, 창업과목과 교육시간도 늘었고, 창업교육자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양적 성장만큼 질적인 성장이 뒤따르지 못했으며, 교수들과 대학원생의 창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를 보완해 향후 5년을 준비할 때이며, 이에 대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해본다.
첫째, 기술 보유집단이 창업의 불꽃을 피우게 만들어야 한다. 바로 교수들과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이 창업으로 가도록 중간에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미국도 2017년 1월 ‘새로운 미국의 혁신과 경쟁력 법안’(S.3084)을 만들었고, 그 안에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구자들은 ‘창업훈련과 멘토링’을 제도화했다. 우리도 한국연구재단 등에서 정부연구비를 받는 연구자들이 창업훈련을 받도록 ‘미니 창업훈련’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초ㆍ중ㆍ고교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 필요한 교사 양성과 교장의 후원 리더십 외에, 메이커 스페이스 같은 학생들의 실습공간이 도서관과 연계되는 방법도 필요하다. 또한 우수자들에게는 대학진학 기회가 마련돼야 참여도가 높아질 것이다.
셋째, 대학생들이 아는 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과 행동’(Think and Do) 캠퍼스로의 전환이다. 이때 대학생들에게 우리 지역과 주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10% 향상이 아닌 10배 혁신시키는 ‘변혁적인 생각’의 의미를 갖는 ‘문샷 씽킹’(moonshot thinking)을 적극 장려하고 인큐베이팅해 나가자. 이에 대한 보상으로 기업과 공무원 취업시 실전창업활동 여부가 평가된다면, 대학 캠퍼스의 도전적 창업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디지털기술이 대학을 완전히 바꾸어 나가고 있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무한 자극하고 이를 인큐베이팅 하는 것이야 말로 4차산업혁명의 대응을 구호로만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정책’으로 변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종인(한밭대 기획처장, 한밭기술지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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