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기대에 못 미친 장미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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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기대에 못 미친 장미대선

이완순 소설가

  • 승인 2017-09-01 08:43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국정농단사태를 달가워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후련하진 않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기화로 과거정부의 적폐가 속속 드러나고, 그 동안 숨겨져 있던 박정희의 비리도 밝혀지고 있어 기분은 좋다. 박정희가 해외에 빼돌린 돈이 수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강기적을 이루었고 유신독재 빼고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장미대선이 한탄스럽다. 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청와대만 들어가면 모두 넋을 잃는다. 역대 대통령 중 단 한 사람도 명예롭게 퇴진한 분이 없다. 이승만을 시작으로 윤보선, 최규하, 박정희 정부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박근혜는 역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했다.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들의 비리로 말로가 좋지 않았다. 그나마 아들의 비리에 고통을 겪지 않은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보여주는 정치를 할 줄 몰라 물태우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노태우만큼 잘한 대통령이 없다. 89년에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90년에 한소 수교, 91년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92년 8월에 한중수교 등 강력한 북방외교를 펼쳤다. 5.18과 연루만 되지 않았다면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현명한 정책을 단행했기에 누대에 걸쳐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선동정치에 가깝다. 국민의 실생활개선과는 거리가 먼, 5년 시한부 선심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임기동안 국민의 인기를 얻으면 그만이라는 미래에 무책임한 정책들이다. 정책의 구체성이 없고 대통령의 정체성에 의문이 든다. 사드 보고누락파동부터 임시추가배치까지 일련의 상황을 보면 치밀하게 준비하였다기보다 즉흥적이고 오락가락했다. 민족의 명운이 걸린 안보정책을 너무 덜렁덜렁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ICBM발사시험이 우리 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사드발사대 4기를 추가배치한단 말인가? 가뜩이나 중국의 경제보복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다. 북한에 대한 대화와 제재 병행을 강조한 것도 현명치 못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만기일을 아무런 조치 없이 넘긴 무관심은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정부 출범 100일 대국민보고대회는 자기자랑일색이었다. 권력에 의해 완벽히 장악되고 길들여진 언론의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근 국내외상황과 동떨어진 내용인 정치쇼를 생중계하는 것 같았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처럼 중국 사드보복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기업의 피눈물과 살충제 달걀로 인한 서민의 아우성, k-9자주포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규에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퍼포먼스는 잘 하지만 일머리가 어설프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쇼통(Show+대통령)이라는 말을 인정한다. 프랑스 피가로지의 알렉상드리 데베키오 기자가 밀어붙이기식 개혁으로 지지율이 36%까지 추락한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3개월간 리얼리티 쇼를 본 느낌”이라고 평가하며 “정치는 미적인 광고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은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 마디 하겠다.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재정확보가 안 된 정책은 아무리 훌륭해도 신기루와 같다.

무조건 과거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고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정할 필요는 있지만 무조건 폐기해선 안 된다. 투입된 재정이 아까울 뿐만 아니라 폐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부의 사대강 사업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수십조 원 의 재정을 소비했기 때문에 완전폐기보다 그 장점을 살려 재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다가올 가뭄을 대비해 공업용수, 농업용수로 활용할 대책을 수립하고, 녹조가 우려된다면 오폐수처리 기준을 강화해 자치단체와 축산업계를 엄격히 다스리면 된다. 녹조의 주원인은 질소와 인이기 때문에 오수와 분뇨를 적법하게 처리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8.2부동산대책도 머지않아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투기는 돈 있는 자들이 하는 것이다. 집값이 내려가는 것은 잠시일 뿐이다. 조금 지나면 공급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이 들이닥친다. 전세가 급등해 서민의 삶이 더 궁핍해지며, 재개발건축을 막고 금융규제강화로 서민의 집 살 기회를 막으면 건설업계가 몰락해 일자리도 많이 없어진다.

남북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 제안에 북한이 묵묵부답인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나만을 위한 일방적인 제안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바라고 있는 금강산관광부활이나 개성공단재개를 제시하면 그들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너무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통일을 위해서는 제재보다 대화에 방점을 찍어야한다.

군사작전처럼 단행하는 제왕적 원전폐기도 낙제점수이다. 40년이 넘은 고리 1,2호기를 폐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후대책이 미진하고, 신고리 원전 5,6호기건설 중단조치는 매우 잘못됐다. 원전이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원전건설을 수주했기 때문에 조급히 다룰 필요가 없다. 경수로 원전 수주액이 21조원에 이르며 향후 60년간 원전위탁운영계약액이 무려 56조원이다. 탈원전을 해도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불시에 블랙아웃이 닥칠 수 있다. 2003년 미국북동부에 닥친 블랙아웃으로 5천만 명이 3일간 시달렸고 7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반작용을 고려치 않고 졸속으로 단행하는 것은 반드시 큰 화를 부른다. 30년 앞은 고사하고 차기정부도 고려치 않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들이 그래서 불안하다. 간언하는 충신도 보이지 않고 질책성 경고를 던지는 언론도 없다. 정치는 반드시 미래를 보고 해야 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현명해진다.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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