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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제자들이 취업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조언합니다.
어찌 보면 참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직 사회 경험이 없고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지도 않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찾아서 직업으로 택하라고 조언을 하니 정말 무책임한 것이 분명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잘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잘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굳이 그것을 찾아 직업으로 택하라는 것이 소위 ‘도전’을 무시하라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지금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자신도 없습니다.
‘잘 할 수 있는 일’에 더해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더 복잡해집니다.
‘하고 싶은 일’은 무지하게 많은데 ‘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자기 자신이 하고는 싶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못할 수도 있고, 또 할 수는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일’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여행도 하고 싶고, 독서도, 그리고 영화를 보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일종의 직업이나 적어도 일정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때로 세상에 태어나서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정말로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그것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마도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하고 싶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가 합쳐지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기회가 있음에도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있는데 능력이 있는 경우는 그래도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기에 조금은 덜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능력이 있음에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억울합니다.
흔히 언론에서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라는 말이 종종 나옵니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 일을 잘 하게 하려고 하는 제도로 공개채용을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낙하산’과 ‘보은’으로 공정성이나 능력, 전문성을 무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혹시 이런 식으로 채용이 된 분들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적어도 공정성, 기회균등, 능력검증, 전문성 등등의 조건에서 모든 것을 만족한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바른 사회가 되려면 이런 문제들은 집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잘 하는 것’은 행복 중에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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