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톡] ‘원죄의식’을 통해본 마음의 빙점(氷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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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톡] ‘원죄의식’을 통해본 마음의 빙점(氷點)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7-09-01 00:01
  •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미우라 아야코의 사랑과 절망, 오해와 질투가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심리 세계를 맘껏 들어내 보이는 드라마 형식의 소설이다.

빙점, 즉 어는 점을 말한다. 물의 어는 점은 O℃에 어는데 0,000001℃ 만 높아도 얼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가 말하려는 빙점은 ‘물의 빙점’이 아닌 ‘마음의 빙점’이다. 어떤 고통과 시련도 잘 견디어내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얼어붙게 되는지, 강인하게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의지가 어떻게 꺾여지는지를 말하려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 테마는 ‘불륜’이다. 아야코의 신앙적 체험과 깨달음을 죄의 본질과 구원의 측면에서 해명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병원장 게이조오는 자신의 딸 루리코가 살해된 이유를 아내 나쓰에와 의사 무라이의 불륜으로 생각했다. 아내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게이조오는 살인범의 딸 요코를 몰래 데려와 아내 나쓰에에게 키우게 한다. 즉 입양을 하는 것이다. 아내에 대한 복수심인 것이다. 불륜을 행하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해서 비난받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게이조오의 행동도 결코 용서될 수 없는 잔인한 복수 심리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몰래 알게 된 나쓰에가 요코를 구박하고, 요코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도덕적으로 살아왔던 요코는 부모의 사악함을 알게 되자, 자신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죄의 무게감에 쓰러지고 만다. 결국 루리코가 죽었던 그 강가에서 자살한 요코.

그러나 진실은, 요코는 범죄자의 자식이 아니었던 것, 진실이 밝혀지면서 나쓰에와 게이조오는 죄책감에 절규한다.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보다는 ‘욕망’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사랑과 증오의 감정은 요코의 빙점인 ‘잠재된 죄악성’을 향해 치닫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죄 없는 존재임을 자신할 수 있으며,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가?’ 에 대하여 반문하게 된다.

예수님의 일화이다.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가르침을 이어가던 어느 날, 유대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예수 앞으로 데리고 온다. 유대율법에 간음한 여인은 현장에서 돌로 쳐 죽이게 되어 있었다. 유대인들이 말했다.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약에 그녀를 감싸게 된다면, 예수는 율법을 어기게 된다. 침묵을 지킨 예수가 군중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조용히 땅에 몇 글자를 쓴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이 글자를 읽은 유대인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아야코는 예수의 일화를 통해 태생적으로 죄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고, 결국엔 죄책감으로 어둠 속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인간적 한계를 지적했다.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도덕적이지 못한 부분을 들어냈고, 또한 심판할 자격이 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요코는 스스로 의인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머니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코의 마음 속에도 죄의 씨앗인 ‘빙점’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빙점은 인간의 차가운 성질이다. 성경 속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는 구절이 있다. 요코는 자신의 죄에서 자유를 얻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했던 것이다.

소설 ‘빙점’이 시사한 바를 지금 와서 ‘원죄의식’ 이라는 관점에서 보게 되니,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는 순간 인류에게 대물림된 죄의식. 그리고, 완전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결국 완전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고, 스스로 의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의인은 없다는 것. 자신을 냉철히 되돌아보는 마음의 빙점! 우리 모두가 생각해보아야할 문제가 아닐까?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사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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