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상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상

  • 승인 2017-08-31 15:29
  • 신문게재 2017-09-01 31면
  •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 김희정 대전작가회의 회장
상이라는 것이 잘한 사람을 칭찬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내가 걸어온 과거와 지금 서 있는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걸어갈 미래에 대한 힘이 되는 것이 상이 담고 있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을 받는 것은 불편함보다는 기분 좋은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학창시절에도 이런저런 상들이 많았다. 개근상부터 우등상까지. 요즘에는 학교장상을 넘어 교육감상도 있고 지역단체, 심지어 국회의원상도 졸업시즌이면 종종 볼 수 있다.

내가 업으로 선택한 문학에도 여러 단체에서 상을 제정했다. 실제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20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상에 상금이 따르는 경우도 있지만, 상금 없이 그의 문학적 삶을 존경한다는 의미를 담아 주는 상도 있다. 한국작가회의 젊은 작가들이 선배들에게 주는 상이 그런 경우다. 문학을 하는 후배들(40세 이하)이 돈이 있어 기금을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다 보니 상만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을 받은 문인들은 그 어떤 상보다 의미가 있다는 수상소감을 이구동성으로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나처럼 욕심을 떨쳐버리지 못한 문인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존경의 의미도 담고 상금까지 얹어 있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두 배의 기쁨을 만끽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내가 걷고 있는 문학동네에서 주는 상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해서 수상자의 마음을 깊게 헤아릴 수는 없지만, 상을 받는 주변의 선·후배들을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우려스러울 때가 있다. 선후배가 상을 받으면 박수부터 치는 것이 도리이고 그런 정도의 품성은 갖추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 텐데 아직 그런 수양이 덜 되어 이것저것 따지는 편이라 상을 받는 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몇 달 전 내가 소속되어 있는 문학단체(한국작가회의)에서 친일문인(독재자 찬양)을 기르는 상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논쟁이 있었고 결론을 내지 못해 이사회까지 올라온 안건은 네 시간이 넘는 난상토론으로 이어졌다. 결과물은 10월 이사회에 가면 문건(성명서)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임이 분명하다.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기분도 들어 마음속에 뿌듯함도 있다. 그런데 수상자라면 이 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상금이 수천만 원이 되고 상을 받으면 약력 한 부분에 쓸 수도 있어 매혹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을 준다고 하면 무조건 받는 것도 작가의 명함을 달았다면 고려해야 할 때다.

일제강점기에 부역을 하고 독재자를 미화하는 일에 앞장선 문인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든 단체도 문제이지만 나에게 그런 단체가 상을 준다고 앞뒤 크게 생각하지 않고 받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역사적 실체 앞에서 작가정신(2017년 7월 28일 금요일 중도일보 칼럼, 「허공에 뿌려진 명함」 참고)을 의심 받을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독자가 없으면 외로울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의미도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면 물질적으로 궁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인들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 앞에 서면 수천만 원의 상금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먼저 독자들을 생각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친일문인을 기리는 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면 독자들은 작가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200개가 넘는 상이 제정되어 문학을 하는 나로서는 상을 제정한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상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고 역사적 사실 앞에 죄를 짓는 상의 제정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불어 작가들도 어떤 상을 받을 때 고민을 많이 하겠지만 한 번 정도 더 사려 깊은 고민을 하고 상을 받아도 받았으면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