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구 사회부장 |
지난 7월 말에는 전국 최초로 4차산업혁명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추진위는 창립총회에서 권선택 대전시장과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한데 이어 지역 학계, 경제계, 언론계, 출연연, 대학교수, 시민단체 등 관계전문가 19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추진위는 정부 4차산업혁명 육성 정책에 부응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역할을 맞는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권 시장 등 참석자들은 “대덕특구와 대학, 기업 등이 역량을 집중해 대전이 4차산업혁명 선도 도시가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4차산업혁명 특별시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도 내놨다. 4개 전략에 17개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4개 전략은 혁신 생태계 조성, 미래형 신산업 육성, 지원 인프라 구축, 실증화 구현 등이다. 목표로는 4차산업혁명 특별시 대전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8월 들어서도 대전시의 관련 행사는 계속됐다.
대전시가 4차산업혁명 선도도시라는 것을 전국에 천명하기 위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국회 토론회에선 4차산업혁명 특별시로 지역을 넘어 국가 차원의 대한민국 성장동력 핵심거점 지역으로 위상을 높이겠다는 구상이 깔렸다.
권 시장은 이 자리에서도 ‘대전이 대한민국의 4차산업혁명을 이끌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정부와 국회 등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4차산업혁명 특별시로 키워달라’며 대전시가 정부에 보내는 ‘구애’가 갈수록 커진다는 의미다. 각종 정부출연연구원이 밀집한 대덕특구가 소재한 대전시로서 당연한 요구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정부도 대전시와 생각이 같을까?
4차산업혁명 육성이라는 전제하에 정부와 대전시의 일맥상통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옛말처럼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국립철도박물관 사건’과 같이 대전 유치의 당위성과 명분을 얻고서도 타 지자체 눈치에 따라 공모사업을 접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라는 법이 없기 때문. 물론, 국립철도박물관 조성사업과 4차산업혁명 특별시 육성을 똑같이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성격 자체가 다르다.
국립철도박물관은 정부 공모사업이었고 4차산업혁명 특별시는 대전시의 계획과 비전으로 정부에 하는 요구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어서 더 어려울 수도, 더 쉬울 수도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을 대하는 모습에서 불안감이 감지됐다. 그것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규모의 축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수민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위원회 설치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1일 각 부처에 보낸 운영규정안 초안 공문에는 경제교육부총리를 포함한 장관급 이상 15명으로 하는 위원회를 설계했다. 하지만, 이달 3일 이메일로 발송된 개정안에 과기부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3명만 포함됐다. 한마디로 ‘미니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뒤늦게 과기부와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한 산자부가 포함돼 총 4개 부처 장관 참여로 수정된 안이 국무회의에서 최종통과 됐다고 한다.
특히 원안에 있던 ‘시도지사 협의체의 장’참여 문구도 삭제돼 4차산업혁명 특별시로 육성하려는 대전시에 찬물을 껴 얹는 꼴이 됐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정부가 당초보다 위원회 규모를 축소한 것은 전 부처가 나서고 시도지사를 포함시키며 굳이 호들갑을 떨 필요까지 있느냐는 식으로 비친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허울 뿐인 ‘창조경제’를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선 안된다. 4차산업혁명은 선도도시를 꿈꾸는 대전시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 동력 산업을 키우는 국가적 과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위한 첫단추를 잘꿰기를 바란다.
박태구 사회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