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그림, 우아한 취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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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그림, 우아한 취미가 되다

  • 승인 2017-08-30 10:22
  • 신문게재 2017-09-01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휴식을 위한 지식/허진모 지음 /이상 출판/2016-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들르게 되는 루브르, 오르세, 우피치 미술관에서 우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여기저기 기웃하다가 어마어마한 작품들 앞에서 이내 질리곤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을 마주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미술작품을 접할 때 어쩔줄 몰라 하곤 한다.

감상이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이 책은 우리가 초중고 시절 미술시간에 한번이라도 봄직한 그림들, 살면서 TV나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서 한 번쯤 들어봄직한 화가들의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펼쳐 놓는다. 레오나르도는 사생아였지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는 둥, 고흐와 고갱이 무엇 때문에 싸웠다는 둥, 피카소는 평생 숱하게 많은 여자들과 사랑에 빠졌다는 둥, 모딜리아니가 죽고 바로 아내가 자살했다는 등….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미술사에서 중요한 43명의 화가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작품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역사란 무엇인가. 점으로 흩어진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흐름’이 아닌가. 미술사 역시 화가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경향과 업적의 연대기이다. 우리는 화가들의 희로애락과 작품에 대한 열정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사라는 거대한 흐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고상한 척 어렵기만 했던 미술사의 뼈대를 매우 간략하고 효과적으로 습득하면서 동시에 그림을 보는 안목,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미술사는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처럼 두껍고 어려우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고난의 여정이었다. 미술사는 결코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그림을 즐기기 위해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교양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나도 좀 그림을 알고 즐길 수는 없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수많은 미술사 책을 탐독하고 유럽의 미술관을 여행하며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빈센트 반 고흐, 피카소, 세잔, 모딜리아니, 샤갈, 달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화가들은 모두 르네상스 시대 이후의 사람들이다. 르네상스는 미술사에서 위대한 ‘각성의 시대’였고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유화물감과 캔버스가 그림의 도구가 되기 이전의 작품은 그리 많이 전해지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가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그림들 역시 대부분 르네상스 이후의 작품들이다

스스로를 취미사학자라고 부르는 저자가 펴낸 이 책 ‘휴식을 위한 지식 : 그림, 우아한 취미가 되다’는 여느 미술사 책과는 확연히 다르게 앞부분에서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미(美)’의 본질을 간략히 짚어주고 43명의 화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이미 알고 있을 화가들’, ‘알듯 모를 듯 한 화가들’, ‘잘 모르지만 알면 좋을 화가들’로 구분해 그들의 흥미진진한 인생과 작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르네상스를 전후로 그리스로마 시대, 중세 시대, 신고전주의, 바로크/로코코,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등에 대해 설명한다. 각각의 사조를 하나의 서랍이라 생각하고 그 안에 위대했던 화가를 한 사람 씩 집어넣다 보면 어렵고 복잡한 미술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미술책!. 미술은 어렵고 고상한 것이 아니라 희로애락을 겪는 인간이라면 잠시 그림 앞에서 멍해질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한다. “그림 앞에서 멍해질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고, 그림을 느끼고 그림과 대화하고 화가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수 많은 작품을 만나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마음속으로 가져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유성구 평생학습원 구즉도서관 사서(이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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