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전규 경제부 차장 |
정부가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았던 비급여 진료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진료비 원가에 대한 적정한 보험수가가 책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로 전환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수가가 지금보다 낮아져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했다. 제대로 된 진료비 원가 책정부터 먼저 추진해야 의료기관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반적인 의료와 보험체제 개선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그 결과가 자칫 의료 전달시스템 붕괴를 초래해 국민 건강에 위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게 의사협회 측의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의사들의 전용 온라인 웹사이트 메디케이트가 최근 의사 700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우 부정적(61%)’, ‘부정적(27%)’, ‘긍정적(8%)’, ‘매우 긍정적(2%)’ 등으로 나타나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의사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의사협회는 정부에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장관 직속기구 신설 등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의사협회 산하 전국 시도의사회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을 강행할 경우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은 지난주 대전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성명을 통해 “건강보험과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정부실패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시도의사회장은 과거 메르스 사태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인 관 주도의 정책이 국가적 재난을 불러왔다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한 의료계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책에 반발한 일부 의사들은 투쟁을 위해 길거리로 나서 정부의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의료수가 정상화와 재정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시범사업 등 타당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전규 경제부 차장(의료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