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수 충남대 교수 (대전학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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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여러 차례 산업의 혁명적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공간에 대한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해 왔다. 여러 차례의 산업혁명에 대해 견해 차이를 보이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산업으로 구분해 보면, 석기시대 1차 산업인 농업혁명으로 인해 인류는 채집경제에서 정착할 수 있는 농경사회로 진보했다. 그리고 2차 산업인 공업혁명으로 인해 노동과 장소의 분업과 통합, 규모의 경제와 불경제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3차 산업인 정보화혁명으로 인해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지고 접촉사회가 됨에 따라 교외지역과 농촌지역도 도시의 이점을 획기적으로 향유하게 되었다. 정보화혁명으로 인해 사람들은 혼잡과 공해에 찌든 도시를 탈출하여 인구가 대거 교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했지만, 오히려 인구는 도시에 더 집중하고 도심에 인구가 감소하는 도너츠 모양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왜 석학(碩學)들의 예측이 빗나간 것일까? 교통·통신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현대도시를 이해할 때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통신과 달리 교통은 물리적 움직임이다. 교통의 발달이 통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1925년 시카고학파라고 명명되던 시카고대학 사회학자 버제스(Ernest Waston Burgess)가 도시의 거주는 외연적 확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동심원이론을 주장하였다. 그 이후 도시의 토지이용이 버제스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동심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교통로를 따라 발전한다는 이론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왜냐하면 교통의 발전과 함께 교통로를 따라 주거형태가 많이 달라지고 교외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시대가 서서히 다가온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요즈음 4차 산업혁명으로 알려지는 융·복합기술은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다. 3차 산업혁명 때까지 주체는 모두 인간이었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운전대는 사람이 직접 잡았다. 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무인혁명(無人革命)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무인혁명시대가 도래하면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은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도시의 모습과 생활양식을 가장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운전대에 사람이 없어지는 무인 자율자동차일 것이다.
1885년 칼 벤즈(Karl Benz)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 많은 기술발전을 이루고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연간 약 120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3년부터는 자율자동차 시험에 들어가 멀지 않아 상용화단계에 있다고 한다. 이것은 교통사고 없는 자동차시대를 의미하며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자동차는 운전과 교통사고를 염려하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사무실과 오락 기능을 갖춘, 달리는 휴식공간이 될 것이다.
자율자동차시대가 오면 도시는 그야말로 모습을 달리할 것이다. 교통사고라는 교통 장애가 사라지면서 낙후지역이나 교외지역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동안 도심에 도시의 최상위 기능인 업무기능과 오피스기능이 집중되면서 끊임없이 혼잡과 과밀이 발생하던 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대신에 도시는 통근거리 30분 정도에서 가장자리가 부드러운 호떡 모양의 형상을 가질 것이다. 그 동안 도시는 도심을 중심으로 인구와 기능이 집중되었으나 초 접촉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융·복합산업이 오피스기능으로 편입되어 주상복합과 같이 주거와 상업기능들과 광범위하게 복합화 되어 갈 것이다. 그리하여 인구는 도심 한 곳이 아니라 직장인 오피스기능을 따라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쾌적한 환경을 따라 외곽으로 분산될 것이다. 그리하여 도시는 도너츠 모양이 아닌, 도너츠를 위에서 누름 판으로 꾹 누른 것 같은 호떡 모양의 형상을 가질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 대전학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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