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루벤스의 도시, 벨기에 앤트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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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루벤스의 도시, 벨기에 앤트워프

  • 승인 2017-08-28 13:20
  • 신문게재 2017-08-28 23면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베네룩스 3국인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는 네덜란드가 독립(1648)하기 전 까지는 플랑드르(Flanders) 불렸던 한 지역이었다. 원래는 백작이 통치했지만 스페인의 펠리페 2세의 속주이기도 했다. 펠리페 2세의 가혹한 세금과 종교적 탄압으로 결국 네덜란드는 기나긴 독립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게 했고(1648), 그 결과 플랑드르의 중심지는 앤트워프(Antwerp)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넘겨가게 됐다.

12세기경부터 상업과 금융이 발달한 앤트워프는 15세기에는 베니스나 피렌체, 제노바에 버금갈 정도로 부유한 도시였고 이러한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예술과 학문도 일찍부터 발달했다. 16, 17세기에는 스페인 지배하임에도 불구하고 예술, 문화의 도시로 크게 번영했는데 그 중심인물은 단연 피터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였다.

서양 미술사에서는 17세기를 바로크(Baroque)라 부른다. 바로크는 종교개혁 이후 손상된 가톨릭의 위상을 회복하고 가톨릭을 선전하기 위해 로마를 중심으로 시작된 미술이다. 따라서 바로크의 특징은 웅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장식, 연극적인 스펙터클로 이 스타일은 점차 하나의 국제 양식이 되어 유럽에 퍼져나갔다. 루벤스는 이탈리아 미술에 모국 플랑드르로 대표되는 북유럽 미술 전통을 종합해 빛나는 색채와 생동하는 에너지로 가득 찬 독자적인 바로크 양식을 확립한 17세기 유럽의 대표 화가였다.

루벤스가 태어난 곳은 독일 지겐이지만 아버지가 죽자 10세 때 가족과 함께 앤트워프로 돌아와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활동을 했다. 위대한 화가가 꿈을 가지고 떠난 8년 동안의 이탈리아 유학은 고대미술과 르네상스의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익히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금의환향한 그는 곧바로 플랑드르 총독의 궁정화가가 됐고, 명문 집안의 딸 이사벨라 브란트와의 결혼 등 승승장구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루벤스 특유의 화려하고 장대한 예술은 감각적이고 관능적이며 밝게 타오르는 듯 한 색채와 웅대한 구도와 어우러져 교회의 제단화를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 거기다 원만하고 따뜻한 인품은 유럽 각국 왕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으며, 6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과 세련된 매너로 외교관으로도 활약했다. 비록 첫 아내와는 사별을 하는 아픔도 겪었지만 53세의 홀아비 루벤스는 16세의 엘렌 푸르망과 재혼하면서 누구보다도 행복한 말년을 보냈다. 그러나 팔의 통풍이 심장에까지 번진 루벤스는 앤트워프에서 생을 마감했다.

17세기는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종교전쟁으로 파손된 그림으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루벤스 또한 제단화를 비롯한 종교적인 주제를 그림으로 많이 그렸다. 그 중에는 벨기에 최대의 교회인 앤트워프 대성당에 있는 두 점의 제단화 [십자가를 세움]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는 루벤스 최고의 걸작이다. 이 작품은 또한 영국의 동화작가 위다(Ouida)가 1872년에 발표한 ‘플랜더스의 개 A Dog of Flanders’에서 죽어가던 네로가 보고 싶어했던 그림으로도 유명세를 더했다.

2009년, 세계적인 여행출판사인 론니 플래닛은 꼭 가봐야 할 10도시 중 첫 번째로 앤트워프를 선정했다. 앤트워프의 맥주와 초코릿, 다이야몬드와 운하 등 풍성한 볼거리, 먹거리도 선정 이유이겠지만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인 플랑드르의 앤트워프,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그림, 그 그림이 있는 앤트워프대성당 덕분임은 분명하다.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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