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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우는 것을 질질 짠다며 싫어하던 남편이 나이가 들어서는 부인보다 더 많이 운다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호르몬의 변화로 볼 수도 있고, 본인의 기질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단순한 감정표현을 넘어 사람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정화작용을 한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담아둔 감정까지 해소하고 더불어 스트레스도 푸는 것이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기보다 자신을 위한 감정청소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치밀어 올라 흘리는 분노의 눈물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미국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William Frey)박사는 양파를 깔 때처럼 감정 없이 흘리는 눈물과는 달리, 기쁠 때나 슬플 때 흘리는 눈물에는 카테콜라민(catecholamine)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카테콜라민은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속에서 대량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반복적으로 축적되면 다양한 질병을 야기한다고 한다. 즉 인간의 눈물은 카테콜라민을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배출시켜주는 자기방어수단이다.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은 심혈관에 부담을 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시원하게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사회적 억압 기제 속에서 자신의 감정표현을 극도로 억제하며 살고 있다. 요즘 현대인들을 위한 ‘울기 프로그램’을 매스컴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간 억눌렸던 감정을 격정적으로 토해내게 되어 스트레스나 정신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 심리치료요법의 일종으로 각광받고 있는 <프라이멀 요법Primal Therapy>은 인간관계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유아기의 고통’을 다시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 최초의 언어인 ‘울음’은 치료의 매개 역할을 한다. 울음으로 감정을 토해놓는 정신적 치료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1997년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갑자기 영국 내 우울증 환자의 수가 상당수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는 울음의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슬프거나 격한 기쁨을 느낄 때 흘리는 눈물은 해묵은 감정의 찌꺼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눈물을 흘리면 쌓였던 불필요한 감정들이 빠져나가고, 막혔던 수로가 뚫린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눈물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준다.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요즘 SNS에 감동 영상이나 감동 글이 참 많다. 보면서 차갑고 메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것도 필요하다.
울고 싶으면 맘껏 울어라! 그것 또한 자연스런 감정의 표현이다.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협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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