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란 말이 있습니다. 도와주지는 못 하더라도 방해하지는 말란 말이지요. 주변의 누구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쪽박을 깨고 싶은 마음은 없답니다. 굳이 충고할 말이 있어도 이미 마음을 굳힌듯하면 참습니다. 시기를 놓친 것을 탓하지요. 작은 집단이나 정부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입니다. 여타문제를 떠나 잘되기를 바랄뿐이죠. 잘해주길 기대합니다. 사람들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대부분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만 쓰고 말하더군요. 정부는 인기 몰이에만 열중하고, 한동안 하이에나 저널리즘을 보이던 언론은 사회적 책임이나 비판적 기능을 아예 잊었나요? 더 늦어지면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다가왔습니다. 비판도 칭찬이상의 효과적인 힘과 기능이 있습니다. 돌아보지 않으면 남은 반을 보지 못하지요. 맨 기둥은 사방에서 받쳐야 바로 섭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들춰 볼까합니다.
아직도 탁현민 행정관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요. 8월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탁 행정관의 거취를 묻자 “대통령의 인사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잘라 말하더군요.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나 남성들의 여성관은 시대나 국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요. 탁 행정관이 보인 도덕관이나 여성비하, 왜곡된 성의식은 보편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 시대 한국남성들이 대체적으로 갖고 있는 의식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은 인상을 때때로 받는데요.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그럴지 모르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보다 훨씬 나이 많은 필자도 탁 행정관의 문제 행태나 의식을 경험해 본 일이 없습니다. 여론의 질타를 받아 마땅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무시한 채 옹호하고 나서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문재인 정부의 여러 행사들이 국민 곁으로 바짝 다가간 것은 탁현민이 있어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는 그저 자유주의자이며, 잠재성이나 기획력이 탁월하다고 두둔하는 이들도 많더군요. 수구세력이 어떻고 하며 남 탓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017년 7월 4일 인사청문회에서 “장관이 되면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전달하고 결단을 요구하겠다”라고 했습니다. 2017년 8월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청문회에서 약속드린 대로 구두로 사퇴 의견을, 고언을 전달했다. 그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좀 무력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도 수구세력인가요?
과거 그의 기획력은 뛰어났을지 모르겠습니다. 감성을 적시는 그의 기획이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백일동안 보여준 연출이 신선한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분위기에 매료돼 한 곳에만 시선을 집중하지 마십시오. 주도자와 비판자의 입장은 다른 것입니다. 창업과 수성은 엄연히 다르지요. 수성이 창업보다 훨씬 난해합니다. 필자의 소견으론 대통령 당선 뒤의 기획 방향은 잘 못 되었습니다.
진실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희희낙락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좋은 일도 반복하면 식상해지지요. 필자였으면 당선 시점부터 노심초사勞心焦思 일하는 모습을 연출했을 것입니다. 연출만이 아니라 전력투구하여 일했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연출된 웃음이나 보려고 대통령을 뽑은 것이 아닙니다. 바삐 일하는 진솔한 모습이 보고 싶지요. 어서 춘몽에서 깨어났으면 합니다.
유능한 리더는 진퇴를 압니다. 정치를 타이밍의 예술이이라 하던가요. 목이 마른다음 물을 마시는 것은 이미 때를 놓친 것입니다.
스스로 과거에 발을 묶고, 지난 잘못만 꼬집고 사과하며, 나눠 쓰기만 열중하다 임기가 끝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고상하게 말할 필요도 없지요. 지금은 국가 발전에 총력을 기울일 때입니다. 국가의 제반 역량을 키울 때입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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