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부장 |
아침마다 계란을 꺼내오는 일은 내 몫이었지만 냄새나는 닭장안에 머리를 넣는 것은 정말 곤욕이었다. 더군다나 계란을 훔쳐가는 도둑을 향한 암탉들의 무서운 시선이라니! 들기름 위에 얹은 고소한 계란프라이가 없었다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악몽이었으리라.
예나 지금이나 계란은 영양을 고루 갖춘 완전식품으로 단백질, 비타민 등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값도 저렴해 '친서민 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중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계란말이었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때 하얀 쌀밥 위 계란 프라이는 '좀 사는 집 아이'들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했다. 파와 당근등을 얇게 썰어 넣고 기름위에 돌돌 말아낸 계란말이는 지금도 자주 즐기는 반찬이다.
그런데 소시민들의 '계란사랑'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엔 '살충제 계란' 파문이다. 지난해 말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죄 없는 닭들이 대대적 살처분을 당한데 이어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은 바야흐로 닭의 수난시대다.
살충제 계란에서 검출된 성분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등이다. 특히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은 맹독성이어서 미량이라도 검출돼선 안된다. 에톡사졸은 간에 손상을 줄 수 있고 플루페녹수론은 헤모글로빈에 영향을 줘 빈혈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살충제 계란'이란 오명을 안은채 줄줄이 깨지고 폐기되는 계란들을 보고 있노라니 배가 꼴리고 열불이 난다.
“살충제 계란을 하루에 2.6개를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고 밝힌 식약처는 제정신일까. 마치 술과 담배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트레스 해소 등을 이유로 권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2일 농림축산식품해수위 업무보고에서 “식약처장의 오락가락하는 행태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불신을 받고 있다”고 지적을 받자 “그건 언론에서 만들어 낸 말”이라고 답변해 비난을 샀다. 앞서 류처장은 “국내산 계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가 며칠 만에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 한술 더 떠 류 처장은 “업무 파악이 부족하다”는 이낙연 총리의 질책을 “총리가 짜증을 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국가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의 무책임한 발언은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다. 이런저런 먹거리 사태때마다 먹어도 괜찮다며 시식코너에 앉은 고위직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는 '불감증 대한민국' 에 국민들은 더 짜증이 난다.
이번 '살충제 계란'사태로 그동안 몰랐던 많은 것을 배웠다. 친환경축산물 인증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된다는 점과 밀집되지 않는 곳에서 가축을 키워내는 '동물복지'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결국 이런 먹거리 사태의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관리하는 '사람'인 셈인다.
돌아보면 정직하게 키워내는 농가도 있고 꿋꿋하게 친환경을 지키며 자부심을 갖는 농민들도 많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직접 밭을 갈고, 가축을 키우고, 농작물을 재배하며 자급자족해야 할 지도 모른다.
언제쯤 먹거리 공포에서 벗어나게 될까…. 정말 '귀농'만이 답일까
편집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