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영양가는 없는데, 먹고 살만 찌다니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영양가는 없는데, 먹고 살만 찌다니

  • 승인 2017-08-21 15:13
  • 신문게재 2017-08-22 23면
  • 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 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금년 여름 휴가철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어느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는지.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해외여행보다 우리 농촌으로 떠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린 시절 돌아보면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은 언제나 친구였다.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면 옷을 입은 채로 북악산 개울가로 텀벙 들어가 물장구치기 일쑤였다. 한바탕 물놀이를 하고 나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이 깨끗이 씻겨내려 가는 듯했다. 우리네 농촌 풍경은 봄엔 모심기, 여름엔 고기 잡기, 가을엔 메뚜기를 잡거나 단감을 따고, 겨울엔 손으로 만든 썰매를 타며 일 년 내내 뛰놀았다. 많은 이들이 추억하는 농촌마을이다. 도시의 달콤함은 없지만, 시골의 넉넉한 인심과 자연이 주는 느긋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저기 먹을거리가 풍부한 요즘은 여름철이 되면 가장 큰 걱정거리는 식품안전이다. 어른들은 날것이나 상한 음식을 먹고 걸리는 식중독이 문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계절에 상관없이 불량식품 및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가공식품 같은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이 최대 적이다. 완전히 사라져야 할 불량식품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지금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정한 기준보다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식품으로 비만이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말한다. 우리나라 소아나 청소년 비만율은 1997년 5.8%에서 2014년 15%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소아비만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식약처가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표시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후 표시 의무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표시 의무화에 대한 찬반 양쪽 논리가 다 타당하게 들린다. 보는 각도와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 정부 정책을 최대한 맞췄지만 실상 시장에선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걸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트륨 저감화 정책에 맞춰 저염 제품을 내놓았지만 ‘맛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또한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업계에서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지만 소비자의 입맛에는 부응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도 있다.

아직까지 나트륨 저감화에 대한 아무런 성과나 기준이 없다. 나트륨 저감화에 대한 성과 도출이 더욱 시급해 보인다. 나트륨 저감화의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또 다른 영양식품 제도를 추진하면 결국 초점을 잃고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나트륨 섭취량이 높다면 국민들이 알지 못하게 서서히 줄여나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국민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나트륨의 양을 서서히 줄이는 ‘스트레스 전략’을 세워 큰 효과를 보지 않았는가.

이런 관점에서 고열량ㆍ저영양 표시제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식품에 대한 기호가 분명히 있는데, 고열량 식품이라고 표시를 하면 지방과 설탕 등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 간주해 외면할 것이다. 영양이라는 것은 균형이 중요하다. 때문에 식품의 단면만을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당연히 식품안전이나 국민건강을 위한 표시와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지만 영양표시 등과 같은 제도는 규제 강화보다는 사회적 인식, 소비자 혼란 방지, 업계 상황 등 합리적인 방법을 고민해서 자율적으로 이행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표시제는 아이들이 즐겨 먹는 기호식품 중 열량이 높고 영양이 낮은 식품부터 줄여나가자는 좋은 취지임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해당 식품의 열량이 얼마나 높은지, 영양가는 얼마나 낮은지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전달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식품 선택권을 위한 제도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식품에 의한 건강 증진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반영되는 것으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식생활 교육을 통해 그들 스스로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다. 향후 최대한 부모들의 의견을 많이 수용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함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어른들의 올바른 자세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동구(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