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
사회가 발전할수록 커지는 외로움 때문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혼자 살면서 남녀 간의 교제는 아예 포기하고 반려동물과 온종일 붙어 지내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한다. 여행도 반려견과 떠나고 반려견의 생일날이면 이웃집 개들을 초대해 생일상을 차려주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동물에 불과한데 너무 유난 떠는 것 아니냐고 핀잔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때는 우리 집 ‘웬수’보다 낫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고 한다. 사랑을 받는다고 으스대거나 배신할 줄 모르고 오로지 주인 바라기만 하는 한결같음에 사람들은 반려동물에게 더 정을 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반려동물은 대충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난다고 그냥 막 버릴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표정으로 말하고, 사랑해주는 주인과 긴밀하게 교감을 나눈다. 개와 고양이를 집안에서 오래 키워본 사람 중엔 얘들이 아마 자기를 사람이라 착각하나보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기르다 보면 점점 사람을 닮아 가는데, 이런 특성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는 이들은 곧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요즘 반려동물들은 잘 먹이고 잘 보살펴서인지 예전보다 더 오래 산다. 그러나 오래 산다고 해봐야 기껏 15년 안팎이니 어릴 때부터 길렀어도 금방 세월이 흘러 반려동물이 늙는 것을 - 사람처럼 당뇨병, 백내장 같은 성인병에 걸리기도 하고 심하면 치매에 걸려 대소변도 못 가리는 것을 - 지켜봐야 한다. 어릴 때야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늙어서 털도 많이 빠지고 잘 보지도 걷지도 못하고 대소변마저 가리지 못하게 된다면 계속해서 보살핀다는 것이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힘들다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그냥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애당초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그냥 로봇 강아지를 가지고 놀던가, 요즈음 유행하는 인공지능 비서를 하나 마련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더 나을 것이다. 한적한 시골길에, 휴가지 외딴 섬에 유기된 강아지들을 졸지에 떠맡아야 할 그곳 주민들은 무슨 잘못이고, 영문도 모른 채 주인과 헤어져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다 주인 차와 비슷한 차량만 보면 달려들어 확인하곤 하는 유기견은 또 무슨 죄란 말인가?
반려동물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고 늘 함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사람에겐 일이나 취미가 있고 친구도 있으나, 이들에겐 주인밖에 없어서 늘 주인의 ‘껌 딱지’를 자처한다. 이렇게 늘 주인 곁에 붙어 있어도 가끔은 말을 안 듣고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혼내거나 벌주려고 가두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왜 저런 행동을 할까, 무엇을 잘못 먹은 건 아닌지, 너무 오래 혼자 둔 건 아닌지 잘 살펴보고 원하는 것을 해결해준다면 어느새 말 잘 듣는 아이로 변해 있을 것이다. 털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은데, 이들과 다투려 하지 말고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 1,000만 명 시대에 걸맞게 정부에서도 미흡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특히, 동물병원 의료비가 너무 비싸고 병원마다 약값이 들쑥날쑥한 것은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서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많고, 어떤 이들은 아예 자기가 아프다고 약국에서 약을 타다 강아지에게 먹이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동물병원에서는 처방전을 발급하고 동물약국에서 약을 사는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동물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면 그래도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
요즘 들어 부쩍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진 열세 살짜리 우리 집 강아지를 보니 나의 노년이 그려진다. 오래오래 같이 살자 윙키야!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