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인공지능(AI) 비서 시대의 개인정보보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사이언스 리뷰] 인공지능(AI) 비서 시대의 개인정보보호

  • 승인 2017-08-20 12:00
  • 신문게재 2017-08-21 18면
▲ 진승헌 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 진승헌 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스피커와 대화를 하는 세상이 됐다. “오늘 날씨가 어떻게 되지?”, “근처에 맛 집 좀 알려줘.” 요즘 이렇게 말로 하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11년 애플의 아이폰에 ‘시리’ 이후 아마존의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 SK텔레콤의 ‘누구’와 KT의 ‘기가 지니’ 및 삼성의 ‘빅스비’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사용자의 음성을 통해 오늘의 날씨/주가 등과 같은 정보 검색뿐만 아니라 가전기기를 제어하고 필요한 물건을 추천해 결제까지 도와준다. 올 초 미국에서 어린아이가 아마존 에코를 통해 인형을 주문한 사실을 TV 뉴스 앵커가 전하면서 “알렉사, 인형의 집을 주문해줘”라고 말하자 각 가정에 있는 아마존 에코가 인형의 집을 주문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아마존의 AI 스피커인 ‘알렉사’가 여자 친구를 폭행한 남성을 경찰에 자동으로 신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필자는 AI 비서 시대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AI 비서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평소 사용자의 목소리, 생활 모습과 패턴, 생체 정보 등 민감 정보를 자동으로 감지해 입력, 축적, 분석한다.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지금까지 사용자의 명시적인 동의를 기반으로 하는 방법과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AI 비서 서비스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하는 지능정보사회의 대표 서비스라 할 수 있으며, 그 핵심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분석이다. 그러므로 개인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미래 AI 비서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방적인 ‘보호’와 무분별한 ‘활용’보다는 앞으로는 ‘활용과 보호’에 대한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첫째, 새로운 서비스 환경에 맞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기존의 사용자 동의 기반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으로는 새로운 서비스 환경을 담을 수 없을 것이다. PC 기반의 서비스 환경에서는 서비스마다 화면에 보이는 개인정보보호 약관을 보고 동의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모니터나 키보드와 같은 입출력 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AI 비서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매번 약관을 보고 동의할 수 있을까? IoT(사물인터넷) 장치를 통해 수시로 개인정보가 수집·분석되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받는 환경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개인정보보호 개선 방안의 다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는 지능정보서비스 동인(Enabler)으로서의 개인정보보호 기술 개발이다. 기존의 개인정보 암호화만으로는 인공지능과 같은 데이터 기반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활용과 보호’를 함께 고려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즉, 암호화된 상태에서 복호화 없이 연산할 수 있는 동형암호 기술, 개인정보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면서도 노이즈 주입 등의 기법으로 데이터를 변형하여 개인정보 노출을 어렵게 만드는 차등 프라이버시 기술, 영상정보에서 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지만, 일반사람의 얼굴은 마스킹할 수 있는 기술, 특정인의 정보인지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는 비식별화(De-Identification) 기술 등 새로운 개념의 개인정보보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ICT를 이용하는 시대를 넘어서 ICT와 함께 생활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새 시대를 맞을 철저한 준비가 있다면 우리에게 편리한 세상을 안심하고 누릴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불안한 편익에 힘들어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소규모 집회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이 공표되길 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를 요구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개인정보보호가 필요할 때 허공을 향해 ‘오프더레코드’라고 말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진승헌 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3.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