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조직들은 반드시 만들어진 취지나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거나 왜곡되는 것을 흔히 보게 됩니다. 앞뒤가 뒤바뀌는 것도 허다합니다. 전혀 다른 역할도 합니다. 자연적으로 퇴색되기도 하겠지요. 조직은 조직대로 책임자는 책임자대로 다른 길을 갑니다.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본말도치라 생각합니다. 곧잘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지요.
최고 관리자의 역할이나 사명도 명시되어 있지요. 조직 본연의 생존가치를 조직원들에게 환기시키고, 그에 부합하는 일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책임자가 할 일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자면 이런 당연지사가 책임을 맡기 전까지만 유효한 것 같아요. 일단 책임자가 되고나면 엉뚱한 일에 열중합니다. 아니면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거나 자기의 이익추구에만 연연합니다.
사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엄청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지요. 지도자의 자질이나 자격을 논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직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되는가? 조직의 발전과 조직원에게 도움이 되는가? 나아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가? 만 모든 의사결정이나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항상 공인임을 인식하고 직분을 다하면 금상첨화겠지요.
예술단체총연합회 대전지회(이하 대전예총)장이 지난 7월 10일 중도사퇴 하였습니다. 사퇴이유를 되새길 필요는 없겠지요. 1년 6개월 남은 임기를 책임 질 지회장 보궐선거가 8월 14일 있었습니다. 선출된 박홍준 회장과 대전예총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합니다. 내친김에 필부도 몇 가지 소회를 전하고자 합니다.
목적에 충실한 것은 물론, 중요한 가치들을 창조하고, 실현하는 방법이 선거의 화두가 되어야겠지요. 선거 뒷얘기가 쓰디씁니다. 선거운동 과정에 금품수수 등 마타도어가 있었다는데요. 정치판에나 있을법한 일이, 예술단체장 선거에 그대로 횡행하다니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참으로 허접한 사람임을 공지한 꼴이 되었지요.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정치 한 번 못해보고 못된 짓만 먼저배운 자격 미달인 자들이 많지요. 반드시 기억해 두세요. 모든 관련자들은 지역 예술계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으레 있는 일이려니 하면 고쳐지지 않습니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 있는 공자 말씀입니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를 진짜 잘못이라 이른다(過而不改 是謂過矣)’. 현자는 잘못을 알면 인정하고 고칩니다. 어리석은 자는 변명하고 합리화하며 잘못을 반복합니다. 예술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공정하고 바른 선거풍토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예술단체총연합회의 목적은 ‘한국예술문화의 창달과 국제교류 및 예술문화발전에 기여하고, 회원단체의 친목과 권익을 옹호하며 상호 창작활동에 기여함’입니다. 목적달성을 위한 12가지 사업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들여다보면 기관지 발행 이외에 어느 것 하나 흡족하게 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거를 잘 정리하고, 현실적인 문제도 바로잡아야 하며,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목적사업과 중복되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수립, 젊은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발굴과 지원, 문화예술인들의 복지와 지위 향상을 위한 부단한 노력, 학구와 탐사 등 자질 강화를 위한 제반 활동, 창작활동 지원 및 환경조성, 문화예술 전반에 관한 조사연구와 관리가 우선 필요합니다. 외부와의 교류에 앞서 단체 간의 교류 및 회원 상호간의 화합에 먼저 신경 써야 합니다.
결코 많은 일들이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될 일들 아닌가요? 이 밖에도 할 일들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시간이 짧다 하지 마십시오. 하나하나 실천해가면 못 이룰 일이 없습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하던가요? 이참에 모든 관계자들의 절차탁마(切磋琢磨)로 문화예술의 참다운 발전이 이루어지길 고대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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