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조직이나 책임자의 본말도치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조직이나 책임자의 본말도치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08-18 16:45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본말도치(本末倒置)’란 말이 있습니다. 사물의 경중·선후·완급이 서로 뒤바뀐 것을 말합니다. 대학 1장에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할 바와 나중에 할 바를 알면 도에 가까운 것이다.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라는 말이 있는데요. 같이 생각해 보면 의미가 확연히 와 닿을 것입니다. 우리는 주객전도主客顚倒란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일본 사람들이 많이 쓰는 본말전도本末顚倒란 말도 많이 쓰입니다. 모두 같은 뜻이지요.

세상의 모든 조직들은 반드시 만들어진 취지나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거나 왜곡되는 것을 흔히 보게 됩니다. 앞뒤가 뒤바뀌는 것도 허다합니다. 전혀 다른 역할도 합니다. 자연적으로 퇴색되기도 하겠지요. 조직은 조직대로 책임자는 책임자대로 다른 길을 갑니다.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본말도치라 생각합니다. 곧잘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지요.

최고 관리자의 역할이나 사명도 명시되어 있지요. 조직 본연의 생존가치를 조직원들에게 환기시키고, 그에 부합하는 일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책임자가 할 일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자면 이런 당연지사가 책임을 맡기 전까지만 유효한 것 같아요. 일단 책임자가 되고나면 엉뚱한 일에 열중합니다. 아니면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거나 자기의 이익추구에만 연연합니다.

사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엄청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지요. 지도자의 자질이나 자격을 논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직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되는가? 조직의 발전과 조직원에게 도움이 되는가? 나아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가? 만 모든 의사결정이나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항상 공인임을 인식하고 직분을 다하면 금상첨화겠지요.

예술단체총연합회 대전지회(이하 대전예총)장이 지난 7월 10일 중도사퇴 하였습니다. 사퇴이유를 되새길 필요는 없겠지요. 1년 6개월 남은 임기를 책임 질 지회장 보궐선거가 8월 14일 있었습니다. 선출된 박홍준 회장과 대전예총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합니다. 내친김에 필부도 몇 가지 소회를 전하고자 합니다.

목적에 충실한 것은 물론, 중요한 가치들을 창조하고, 실현하는 방법이 선거의 화두가 되어야겠지요. 선거 뒷얘기가 쓰디씁니다. 선거운동 과정에 금품수수 등 마타도어가 있었다는데요. 정치판에나 있을법한 일이, 예술단체장 선거에 그대로 횡행하다니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참으로 허접한 사람임을 공지한 꼴이 되었지요.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정치 한 번 못해보고 못된 짓만 먼저배운 자격 미달인 자들이 많지요. 반드시 기억해 두세요. 모든 관련자들은 지역 예술계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으레 있는 일이려니 하면 고쳐지지 않습니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 있는 공자 말씀입니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를 진짜 잘못이라 이른다(過而不改 是謂過矣)’. 현자는 잘못을 알면 인정하고 고칩니다. 어리석은 자는 변명하고 합리화하며 잘못을 반복합니다. 예술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공정하고 바른 선거풍토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예술단체총연합회의 목적은 ‘한국예술문화의 창달과 국제교류 및 예술문화발전에 기여하고, 회원단체의 친목과 권익을 옹호하며 상호 창작활동에 기여함’입니다. 목적달성을 위한 12가지 사업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들여다보면 기관지 발행 이외에 어느 것 하나 흡족하게 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거를 잘 정리하고, 현실적인 문제도 바로잡아야 하며,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목적사업과 중복되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수립, 젊은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발굴과 지원, 문화예술인들의 복지와 지위 향상을 위한 부단한 노력, 학구와 탐사 등 자질 강화를 위한 제반 활동, 창작활동 지원 및 환경조성, 문화예술 전반에 관한 조사연구와 관리가 우선 필요합니다. 외부와의 교류에 앞서 단체 간의 교류 및 회원 상호간의 화합에 먼저 신경 써야 합니다.

결코 많은 일들이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될 일들 아닌가요? 이 밖에도 할 일들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시간이 짧다 하지 마십시오. 하나하나 실천해가면 못 이룰 일이 없습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하던가요? 이참에 모든 관계자들의 절차탁마(切磋琢磨)로 문화예술의 참다운 발전이 이루어지길 고대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