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무의식 속의 ‘저항’의 형태가 봉사활동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저항은 비록 그것의 어떤 면은 관찰하고 판단하는 자아에 의해 쉽게 접근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의 무의식적 자아 안에서 작동한다’
사랑하는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친절하고 배려심도 많고, 그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 친구 또한 세상에 싫어하는 사람도 없고, 그 친구 마음에는 정말 미움도 없고, 오로지 감사와 행복으로 가득한 사람 같았다. 최근에 시부모님 일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그동안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아파하는 친구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친구를 통해 나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나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어본다.
과연 봉사활동은 누구를 위한 행위인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너무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시간과 추억에 남길 사진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봉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추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 안에 어떠한 목마름이 있는 것일까?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또는 봉사 생활 안에서 자신도 모르는 목마름을 해갈(解渴)하고 있는지, 아니면 소화도 못하면서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신을 탐색하면서 살필 필요가 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말한 방어기제 중 저항에서 살펴보면, 그것을 일종의 저항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항상 좋았던 엄마가 불평불만만 하고 자신의 마음만 알아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이기적인 엄마로 인식할 때부터 삶의 저항이 나타나게 된다.
그 친구의 경우도 그랬다. 스스로 저항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서 부터 시댁하고 갈등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마냥 봉사했던 그 마음처럼 늘 배려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현재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살았던 삶이 시부모님을 만나면서 욕과 꾸지람으로 대하는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는 분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반적인 삶을 되짚어가면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봉사활동과 배려하는 삶을 살고 왔는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표출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분노처럼 쏟아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것을 포장하기 위해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희생하고 배려하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행동을 함에 있어서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봉사하고 배려하는 삶이 그 친구에겐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자신의 선한 행동, 타인을 위한 자기의 삶, 봉사, 그 모든 행동들이 결국에는 자기 안에 심연 깊숙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대우받고 싶어하는 것들이 기반이 되어 그런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봉사를 했다라는 것이다. 관계를 유지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자신안의 목마름으로 받아들이기엔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는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자신 안에 있는 자신에 대한 욕심, 무언가를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봉사활동을 했다면, 때로는 모든 것이 무너지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다.
그런데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어찌 보면 자신 안의 욕구와 자신에 대한 이기심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애써서 저항할 필요도 없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 원동력이 나를 위한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한 계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았고,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했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부정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주고, 지금이라도 탐색이 되었다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기 보다는 자신이 인정해 주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봉사의 삶이 현재에 삶의 긍정적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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