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향시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中略) - 나태주 시인의 시 ‘대숲아래서’ 一部
위 시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시인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시 ‘대숲아래서’ 일부이다. 나 시인님은 서천 옆 동네 선배님이다.
나 선배님은 1971년 신춘문예에 ‘대숲 아래서’는 당선 2017년 올해로 등단 47년을 맞는데,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부터 현재까지 38권의 창작시집을 출간했다. 나 선배님은 ‘시는 물이고, 공기이며, 밥과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위 시집 ‘대숲 아래서’는 1973년 출간했는데 내 나이 16세로 약관의 소년시절이었다. 그 무렵 문학이 무엇인지? 시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던 시절 나 선배님은 중앙과 전국의 낙양에 지가를 올리면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1. 고향의 문학적 선배님들 영향 듬쁙 받아
스무살을 넘기며 고향 서천과 서울을 오가며 진로에 대하여 방황을 하고 있었다. 이 무렵 고향의 나태주 시인님과 구재기 시인님, 박경수 소설가, 서울대 구인환 교수님의 문학적 영향을 받으며 문학활동을 하고 있었다.
1983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서울에서 서천으로 낙향 직장을 다니면서 문학수업은 계속되었다. 1987년 11월 나의 시집 ‘바람이 머무는 자리에’ 출간하고 기념회를 하는 자리에 나태주 선배님이 오시어 어깨를 두들기며 힘을 실어주었다. 지금은 나 선배님은 공주에서, 나는 대전에서 살며 이런 저런 행사장에서 가끔 만나고 있다.
2. 가족에 대한 생각, 그리고 넉넉한 힐링
올 여름휴가는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던중에 경기 수원의 학교에 근무하는 여동생 내외와 전북 김제의 남동생, 충남 예산 막내 여동생이 고향 서천 장항 송림 해변에서 보내기로 했다.
들뜬 마음으로 장항산단로 34번길 48-44번지에 위치한 솔바람 캠핑장에서 야외텐트를 설치하고 야영에 들어갔다. 어린 학창시절 자주 소풍을 오곤 했던 장항제련소(長項製鍊所)굴뚝이 보이고 긴 솔밭길 따라 이어지는 해변에서 4박 5일간 머물렀다. 당초에는 2박 3일간 머물기로 했는데 송림에서 해충과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다는 자연항균물질 피톤치드(Phytoncide)향내가 좋아 2일 연장하였다.
하얀 모래밭 옆으로 무성하게 늘어선 소나무향으로 몸과 마음을 넉넉히 씻었다, 장항 솔숲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솔숲으로 하늘을 가린 울창한 송림이 해안 백사장을 따라 이어져 고즈넉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마른 솔잎을 밟으며 천천히 걷는 느낌은 장항 솔숲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묘미였다. 솔숲 사이에 벤치와 원두막이 있어 잠시 앉아 동생들과 통키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같이 부르며 힐링을 했다.
그 옛날 어머니가 백사장 어딘가에서 머리만 내놓고 모래찜질을 하였을 모래를 밟으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련한 마음에 젖기도 했다. 장항 송림백사장 모래는 염분과 철분, 우라늄 성분이 피로회복을 돕고 신경통과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모래찜질을 하러 오는 이들이 많다.
또한 이곳에는 즐비한 식당이나 방파제도 없이 오로지 송림과 백사장만 있는 리아스식 서해안 풍경이 모처럼 찾은 문학의 탯줄 고향의 아늑한 어머니 품 같았다.
시인 ‘대니얼 트레이크’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약상자에는 없는 치료제가 여행이다. 여행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잘알려진 예방약이자 치료제이며 동시에 회복이다.”
▲ 2004년 5월15일 오후 구인환 교수의 문학비 건립을 마치고, 앞줄 왼쪽 첫번째 앉은이가 필자 |
# 솔숲으로 하늘을 가린 울창한 서해안을 따라
특히 이곳 장항은 문학적 은사였던 서울대 구인환 교수님의 문학비를 세워드렸던 의미깊은 곳이다. 지난 2009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회원들과 동료, 제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문학비를 건립했다.
부모님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문학의 탯줄이 감긴 고향, 솔바람 솔솔부는 송림과 백사장을 천천히 거닐며 보낸 올 여름 휴가는 유익한 휴양이었다.
문득 철학자 ‘브하그’의 말이 생각이 난다.
“여행은 우리에게 세 가지 유익을 준다. 첫째는 타향에 대한 지식, 둘째는 고향에 대한 애착, 세번째는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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