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근로자가 근무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중독 돼 사망한 것이 인정된다며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원고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소송제기 2년여만의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63단독(판사 정재욱)은 지난 1993년부터 15년간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다 폐암이 발병해 사망한 안모씨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한국타이어는 안씨의 아내 오모씨에게 1466만원을, 자녀 3명에게 각각 2940만원 등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 안씨는 지난 1993년부터 한국타이어 생산관리팀 등에서 일해 왔으며 지난 2008년 9월 유해물질 중독이 원인이 돼 폐암에 걸렸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씨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한바 있으며, 안씨는 지난 2015년 1월 사망했다. 유가족은 안씨 사망 3개월후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2억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한국타이어 측이 타이어 제조과정과 발암 물질 노출의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 하고 있었음에 주목했다.
정 판사는 “근로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냉각·배기장치 등을 설치한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여름철 섭씨 40℃가 넘는 환경에서 근로자들은 추가 근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다.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행위만으로 안전배려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안씨는 15년 8개월 동안 가류공정 생산관리팀에서 근무하며 지속해서(발암 물질에) 노출됐다”며 “역학보고서 등을 보면 가류공정에 근무한 안씨의 경우 많은 공해에 노출됐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비흡연자이고 가족력이 없는 안씨의 폐암 발병 원인을 작업 환경으로 봤으며 다만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언과 기록에 의하면 안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 회사가 안전배려 의무를 다하지 못해도 스스로 자기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면서 사측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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