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부당하다 항변, 그러나 과학계 환영…
20조원에 가까운 예산 관리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 정착 늦어질 수도
황우석 사태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임명 나흘 만에 하차했다.
사퇴를 하면서도 박 본부장은 본인은 부당한 부분이 의견을 냈지만, 과학기술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된 박기영 순천대 교수는 임명 직후부터 약 나흘간 과학기술계와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력을 받았으며, 결국 지난 11일 자진 사퇴했다.
박 본부장이 세계 과학 역사상 최악의 연구부정행위인 ‘황우석 사태’에 깊이 연루된 바 있어 연간 20조원에 가까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관리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직에는 적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 본부장은 ‘사퇴의 글’을 통해 “황 박사의 연구가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제가 보좌관으로 일하기 훨씬 전인 10여년 전이며, 여기서 주홍글씨 씨앗이 잉태됐다”며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제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제가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혹은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렵게 만들어진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서 과학기술인의 열망을 실현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번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본부장 사퇴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환영의 입장을 다수 밝혔다.
공공연구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 박 교수의 본부장 임명은 과학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했다”며 “앞으로도 과학기술 현장과 소통하는 인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덕특구 한 젊은 연구자는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 사퇴를 한 것 같다”면서 “다음에 임명될 본부장을 정치적이기보단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의 사퇴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자리를 잡아가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 개정으로 국무회의에 배석하는 차관급 본부장을 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는 완료했지만, 국가 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 조정 권한, 연구 성과를 평가 역할은 아직 부여되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현재 기획재정부가 가지는 R&D 예산 권한을 가지려면 과학기술기본법 등 추가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기재부가 예산권한을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쉽게 넘겨주질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소망 기자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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