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긍정적 사고, 긍정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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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긍정적 사고, 긍정의 문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08-11 00:01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사람이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지요. 문화가 사람의 성품을 만들기도 하고, 품성이 모여 문화가 생성되기도 합니다.

중국역사를 들여다보면 한족漢族이 중국대륙을 다스린 적은 많지 않습니다. 진시황이 통일왕조를 이룬 후, 지배한 민족이 애매한 경우도 있고, 다시 분열되어 있거나, 북위(선비족), 요(거란족), 금(여진족), 원(몽골족), 청(여진족) 등 그들이 깔보던 소수 민족이나 이민족이 많은 세월 통치하지요. 그런데도 대국이라는 긍지와 중화사상中華思想 같은 자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월성을 증명할 특별한 근거도 없는데 말이죠. 타 민족이나 국가를 얕잡아 보기까지 해서 화이사상華夷思想이라고도 합니다.

사회현상이나 민족성도 문화지요. 중국인들의 민족성을 말할 때 ‘만만디’(漫漫地, 천천히), ‘차부뚜어’(差不多, 크게 다를 바 없다)등을 많이 운운하더군요. 필자도 하나 꼽자면, 과장이나 허풍이 좀 심하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볼까요?

중국역사상 4대 미인으로 서시(西施, 춘추시대 말), 왕소군(王昭君, BC 1세기), 초선(貂嬋, ‘삼국지연의’ 등장인물), 양귀비(楊貴妃, 719 ~ 756)를 꼽습니다. 누구로 하던 문제 될 일은 아니지요. 그런데 그들의 아름다움에 관한 묘사가 가관입니다.

서시는 범려(范蠡, BC 517 ~ ?)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창부타령’, ‘장기타령’ 등 우리 민속악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범려의 지시로 월나라 구천(句踐, ? ~ BC 464)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키지요. 서시가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강물에 비친 서시의 아름다움을 보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려 바닥으로 가라앉았답니다. 이를 ‘침어侵魚’라 하지요.

중국 한나라 시대 전국에서 수천의 궁녀를 선발하였는데요. 왕이 다 살펴 볼 수 없어, 화공에게 궁녀들을 그려 오게 하여,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하였나 봅니다. 화공에게 뇌물을 주면 간택이 되도록 예쁘게 그려주었다는군요. 뇌물을 주지 않은 왕소군은 추녀로 그려졌답니다. 그러던 중 흉노와 갈등으로 나라가 곤경에 처했습니다. 화친의 방법으로 흉노의 선우와 종실의 공주를 정략 결혼시켜 평화를 유지하기도 했는데요. 선우 호한야(呼韓邪, ? ~ BC 31)에게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자신의 부름을 받지 못한 궁녀들로 하여금 술을 따르게 하였답니다. 호한야는 미색에 반하여 양해를 구하고 공주가 아닌 왕소군을 선택하였답니다. 황제는 왕소군이 떠날 때에야 비로소 그 미모를 알았다는군요. 왕소군이 북쪽으로 떠나며 신세한탄으로 <출새곡(出塞曲)>을 노래하였는데요. 남쪽으로 날아가던 기러기가 왕소군의 미모에 반해 날갯짓을 잊어버려 그만 땅으로 떨어졌답니다.(낙안落雁)

초선은 삼국지를 통해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져 있지요. 왕윤(王允, 137 ~ 192)의 명으로 동탁(董卓, ? ~ 192)과 여포(呂布, ? ~ 198)를 이간질시키는 연환계連環計를 펼쳐 동탁을 죽이는 것으로 그려져 있는데요, 가공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선이 깊은 밤 후원에 나와 왕윤이 무사하기를 빌 때 달이 구름에 가렸습니다. 이를 본 왕윤이 말합니다. "너무 아름다운 네 모습에 달도 부끄러워 모습을 숨기는구나." '폐월閉月'은 바로 이 대사에서 비롯됩니다.

▲ 중국 시안시 근교 화청지 안의 양귀비상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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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시안시 근교 화청지 안의 양귀비상 / 위키백과

꽃이 부끄러워할 정도의 미모(羞花)를 가진 양귀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요. 그야말로 국정을 농단한 경국지색*(傾國之色)입니다. 한번은 양귀비가 뜰을 거닐다 함수초(含羞草)라는 식물에 손을 갖다 댔는데 갑자기 꽃잎이 말리며 움츠려들더랍니다. 이를 본 한 시녀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부끄러워 꽃이 움츠렸다는 소문을 냈다는군요. 이 소문이 그대로 그녀의 별칭이 되었답니다.

이 네 미인의 아름다움을 ‘침어낙안 폐월수화(沉魚落雁 閉月羞花)’라 합니다. 기가 막힌 표현이기도 하나 엄청난 과장이기도 하지요. 황당하지만 이러한 허장성세(虛張聲勢)가 오늘의 중국을 만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긍지와 자부심, 긍정의 문화는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는 우리끼리 중국을 비하합니다. 셈이 틀리면 ‘중국식 계산(중국소재 모모상고나왔냐?)’, 질서가 없으면 ‘당나라군대’, 질이 나쁜 물건은 ‘중국제’ 등으로 낮추어 표현하지요. 하지만 그들 나름 긍정적 사고로 무장하여 서남공정, 서북공정, 동북공정, 해양진출 등 강국 건설과 발전을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경주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나친 자기비하, 자기부정, 서로를 극단적으로 적대시하며 자중지란自中之亂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서둘러 해야 될 일, 우선순위가 무엇일까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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