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9. 점검
사무차장 제갈벽호는 전시유치부장 주곤중과 회성조성부장 마탁소, 그리고 시설관리부장 김현기를 불렀다.
위로는 조직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있지만, 그들은 상징적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고위 정무직이고 실질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실무진은 사무차장 이하의 공무원들이었다.
“무엇보다 가뭄이 한풀 꺾여 다행입니다.
마 부장 애 많이 썼습니다.
지사께서 대통령께 보고하신 가뭄대책에 마 부장이 우는 사진이 나왔고 대통령께서 누구냐고 물으셨다던데, 정말 출세했습니다.
주 부장도 프랑스 출장 갔다 오느라 고생 많았고. 이제 주제관 컨셉도 정해졌고, 해외참가국 유치도 어느 정도 가시화하는 것 같고, 지난 번 가뭄대책 보고 때문에 언론의 홍보도 활발해져 우리 꽃박람회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차츰 높아지는 것 같고요.
마 부장의 황금꽃 아이디어는 위원장이나 지사도 아주 좋아하십니다.
그런데 튜라플리네스라는 꽃을 조각한다는데 아직 개발 중인 그 꽃의 레이아웃이 있습니까?
조각가를 선정해서 작품을 부탁하려면 정확한 레이아웃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언제쯤 나오는 거죠?”
“그게, 아직 사진뿐이 없습니다만….”
“그러면 그 사진 가지고 세공이 가능합니까? 또, 만약 금세공을 한다 할 때 그 실물을 가지고 있는 쉬뢰더라고 하는 분에게 사전에 저작권인지 뭔지 그런 거 허락이 없어도 법에 저촉되는 게 없습니까?”
사무차장은 계속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꽃이 원예학에서 볼 때는 의미가 대단히 큰 것인지는 몰라도 외국연구소가 개발한 꽃을 우리가 황금으로 새겨서 영구 보존시켜야 할 가치는 뭡니까?
무엇을 기념하자는 것이지요?”
“.............”
마탁소는 말문이 막혔다.
“이 부분은 조금 신중하게 생각합시다. 기왕 우리 도민의 금으로 만드는 건데 ‘우리의 무엇’이라는 의미가 강해야 하겠습니다.
뭐 그런 거 없나요?
아무튼 국내외로 상당한 화제가 될 것이 분명하니 황금꽃의 소재는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게 좋겠는데 어때요?”
마 부장은 굳이 할 말이 없었다. 조금 경솔했다 싶기도 했다.
그는 속으로 ‘차장은 차장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 부장, 황금꽃도 그렇지만 전시 소재가 아직도 빈약합니다. 세계적인 국제꽃박람회에 걸맞은, 눈에 확 뜨이는 전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전시 소재가 풍부하지를 못해요. 아이디어를 내야겠어요.”
“예, 참 이번 앙쥬에 가서 일본대표들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플라워텔레스코프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고요.”
주곤중의 뜬금없는 발언에 일동은 주목했다.
“시즈오카 꽃박람회에서 활용했다는데 큰 반향은 없었지만, 잘만 활용하면 화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말하자면 꽃과 대화를 한다는 겁니다.
아마도 사람이 꽃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내면 꽃도 신호를 보내오는 전자파 장치를 고안한 것 같아요. 일단 한번 메모를 해 왔습니다마는 일본의 개발자와 한번 접촉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주 부장이 일본을 한번 다녀오지요.
하여튼 플라워텔레스코프든 뭐든 주제와 부합하는 특별전시물을 열심히 발굴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그런 취지에서 우리 주제관 전시업체인 ‘밀레니엄 홀딩 202’ 김광선 사장에게 자료 수집 차 미국, 파리, 독일을 자비로 가보면 어떠냐고 하니까 좋다고 하던데 우리 조직위에서 직원은 갈 필요가 없을까요?
주 부장은 지난번 파리를 다녀왔고, 일본에 또 가야 하니까 내 생각은 조정재 전시자문역을 같이 보냈으면 하는데 어떻습니까?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해외전시 전문을 25년을 하신 분인데, 김 사장도 조정재 자문역이 같이 가면 좋아할 거요. 공부도 되고 협조도 될 테니까.
이의 없습니까?“
모두들 차장 의견에 찬동했다. 순식간에 여러 건이 결정되었다.
황금꽃은 재검토.
주부장은 다시 일본으로 후루마쓰 씨를 만나기로 하고,
전시자문역과 김사장은 미국, 프랑스, 독일...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가 홱홱 돌아가는 것 같았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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