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진 경제과학부 차장 |
공관병을 수족처럼 부려온 박찬주 대장 부부를 향해 세상은 ‘갑질’이라고 비판하지만, ‘뭐가 잘못인지’ 이해 못 하는 장교들도 많은 것으로 본다. 군대는 아직도 그런 곳이다.
1980년대 말까지 대전의 절반은 군대가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둔산신도시 개발을 기점으로 대전을 떠나거나 외곽으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좋은 땅’은 군대 소유다.
대표적인 곳이 유성구 봉명동 계룡스파텔 부지다.
계룡스파텔은 군인과 군인가족을 위한 휴양시설로, 객실과 식당, 부대시설을 갖춘 3성급 관광호텔이다.
스파텔의 전체 부지는 5만 7441㎡(1만 7375평, 길이 350여m, 폭 170여m)다. 호텔 등 활용 중인 공간은 5000㎡(1600여평)에 불과하다. 두 배가 넘는 부지는 대부분 잔디와 조경으로 채워져 있다.
2010년 전후부터 효율적 공간 활용과 유성온천을 대표하는 시설을 조성하자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초에도 대전시는 이곳을 스파힐링테마파크로 조성하는 계획을 구상했다. 7441㎡ 부지에 대형리조트와 노천스파, 워터파크, 국방홍보 체험관 등 시설을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4개 시ㆍ도 19대 대선 공동공약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국방부가 꺼리기 때문이다. 물론 국방부도 2009년 스파텔에 특급호텔과 워터파크, 국방홍보관 등 테마파크 조성 계획을 담은 용역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또 다른 곳은 중구 문화동 화훼단지다.
2009년 홍명상가 철거 당시 화훼상인 생계대책으로 조성된 곳으로, 국방부 소유의 땅이다. 중구청의 중재로 새집을 얻은 상인들은 스스로 시설비용을 투자해 ‘웰컴투 꽃마을’이라는 명소를 만들었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해 7월 철거를 통보하면서 상인들이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오는 10월말까지 계약기간 종료를 앞두고 중구청과 상인들은 장기계약 연장이나 부지 우선 매입권 등을 요구한 상태지만, 장담할 수 없다.
권위와 특혜를 내던지고 벽을 허물 때다. 오랫동안 대전에서 혜택을 받은 만큼, 이젠 베풀 때다. 대전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국방부 장관의 혜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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