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건양대 총장) |
일전에 우리 대학 교수님 몇 분과 함께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몇 군데 대학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우리 대학처럼 지방의 작은 대학에서 유학생을 유치해 어떻게 잘 관리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입학자원이 절벽에 이르는 시기가 불과 몇 년 남지 않았기에 유학생 유치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 될 뿐만 아니라 대학의 글로벌화를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학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국가 간의 학생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언어를 하나의 경제 단위로 보고 언어시장의 확대 및 선점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미국의 경우 90만명에 달하는 유학생들이 연간 500억 달러를 쓴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조기유학이니 어학연수니 해서 해외로 유출되는 달러가 상당할 것이라고 추측된다.
우리 주변 국가를 살펴보아도 일본은 2020년까지 30만명, 중국은 2020년까지 50만명의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가 심각해 부족한 학생 수를 유학생으로 대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유학생들이 졸업 후 일본에 취업하면 고령화시대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경제적 전략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번 일본 대학 방문에서 특기할 만한 것이 유학생들의 취업률이었다. 지바현에 소재한 메이카이(明海)대학의 경우 우리 대학보다 작은 규모의 학교였는데 유학생의 수는 630여 명으로 우리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유학생 취업프로그램이 활성화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80% 정도의 학생들이 일본 취업에 성공하고 있었다. 학교 시설이나 취업 상담 공간도 세계 각국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쾌적하고 세련하게 구비돼 있었다. 학비도 일정 수준의 일본어 실력을 갖추면 국가에서 30%를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 측에서도 JLPT(일본어능력시험)의 최고 등급인 N1을 취득하면 100%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교육부에서 2005년부터 ‘스터디 코리아(Study Korea)’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2020년까지 20만명의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했으나 그 시기를 현재 2023년으로 연장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유학생의 수가 지난 6월 기준으로 12만명이 훌쩍 넘어섰다고 하니, 이런 추세라면 2023년까지 20만 명의 목표치까지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없다시피 하고 대학 차원에서 유치와 관리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여러 규제책만 제시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대학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달성할 경우 생산 유발 8조 5150억원, 부가가치 유발 4조 3570억원, 취업 유발 9만3000여 명, 고용 유발 7만500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가 경제와 글로벌 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유학생 유치에 국가적 지원 부분이 아쉬울 따름이다.
50여 개국 300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우리 대학은 여름방학 동안 유학생을 위한 시설 투자에 한창이다. 기존의 공간에서 전망이 훨씬 좋은 곳으로 강의실과 사무실, 한국어교수실 등이 옮겨가게 된다. 강의실을 좀더 넓게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수업을 위한 첨단 기자재들도 설치하고 있다. 다른 층에 있었던 이슬람 학생들을 위한 기도실도 한 곳에 배치하고 다소 불편했던 취사시설도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 학생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환경 조성과 아울러 이들이 졸업한 후에 한국에 남아 우리나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취업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아직 우리나라는 유학이 취업에 연계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 중에 우리나라를 선택한 유학생들에게 미래를 보장해 주고 고령화시대의 인력 부족을 타개해 나갈 방책의 하나로, 우수 유학생들을 위한 취업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함께 머리를 짜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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