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세상을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진짜 거짓말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거짓말이 쳐놓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사회는 수백, 수 천 가닥의 대인 관계 그물망 안에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누구도 그 관계망의 범주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사회의 가장 기초가 되고 출발점인 가정 안에서부터 빈말이나 거짓말이라는 거미줄은 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절 강사를 하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다. 얼마 전 며느리를 들였다. 며느리는 20대 중반으로 현명하고 싹싹하여 시집의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고 긍정적이었다.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고, 하는 일마다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전화나 문자 안부도 자주 하는 편이고 주말에도 시집에 잘 오는 예의 바른 며느리였다. 명절 때도 일찍 와서 음식 차리는 일도 돕고 청소며 집안일도 열심이었다. 아들은 며느리와는 다르게 철이 없어 추석이 휴가인 듯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기에 바빴다. 일도 잘하고 열심인 며느리에 비해 아들을 잘못 키운 것 같아서 새 며느리 보기에도 민망했다. 일은 해도 끝이 나지 않았다. 차례음식을 차린 그릇이며 저녁을 먹은 그릇까지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밀려 있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안쓰러웠다. 그래서 설거지 하려는 며느리에게 ‘피곤할 텐데 들어가서 쉬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며느리는 방에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노는 것이었다. 시어머니가 송편을 만들고 시아버지가 그 많은 설거지를 다 하고 거실바닥까지 닦았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하던 며느리는 놀다가 방바닥에 눕더니 그대로 쿨쿨 잠을 자는 것이었다. 시어머니는 기가 막혔다. 자는 것을 깨울 수도 없고 요즘 젊은 며느리들 정말 버릇이 없구나, 생각하며 며느리를 잘못 본 한탄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소연을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피곤해도 조금만 더하고 쉬자’ 고 말했다면 며느리는 일을 더 하고 쉬었을 것이다. 참말만 하고 자란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한 것이 아니다. 시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피곤하니 들어가서 쉰 것이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자신이 한말은 생각하지도 않고 요즘 젊은 것들 철이 없다고 탄식을 했다. 철이 없다기보다는 시어머니가 참말을 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며느리는 그냥 설거지를 계속하는 것이 시어머님을 거역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인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본인 생일에 ‘내 생일에 바쁜데 뭐하려 오냐, 오지 말아라. 아버지 생신 머지않았으니 그때 와라’고 아들 며느리에게 빈말을 하였다. 지인의 생일에 아들 며느리는 전화 한통하지 않고 오지도 않았다. 이때 아들 며느리에게 서운해야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어버이날 용돈과 선물을 주는 아들에게 ‘이런 것 안 줘도 된다, 너희들끼리 잘 사는 게 우리의 최고 소원이다’ 는 말을 하여 다음부터는 어버이날 선물을 못 받았다면 누구 잘못인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는 속담이 있다. 참 헷갈리는 말이다.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알아들으라니, 그게 바로 개떡 같은 말이다. 엉망진창인 소통법이다. 우리의 정서 운운하며 이심전심 운운하며 빈말을 자기 마음대로 알아들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상대에게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말이란 진실한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 인간이 이 지구상의 동물 중에서 만물의 영장인 것은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말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신을 나타내며 인격을 표현한다.
참된 사람은 참된 말만하게 되고 진실 된 사람은 진실된 말만한다. 반면에 거짓된 사람은 거짓된 말만하기 때문에 그의 인격도 격하되는 것이다. 인간의 존재 가치, 인격, 사상을 나타내는 진실된 말은 사람을 감동시키며 바른 소통의 지름길이다.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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