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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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

  • 승인 2017-08-09 14:52
  • 신문게재 2017-08-11 9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얼마 전 잡학박사들의 수다여행을 표방한 TV프로그램에서 소설가 김영하가 나왔다. 영화계에서도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이 9월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7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 ‘오직 두 사람’도 베스트셀러 목록 윗부분에 머무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러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반갑게 느껴진다.

‘오직 두 사람’은 모두 7개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2014년에 발표한 ‘아이를 찾습니다’를 중심으로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은수’는 그 이전에 썼고,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은 그 후에 썼다고 한다.

2014년 4월에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참혹한 비극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이전에 발표한 소설에 비해 이후에 발표한 소설들이 훨씬 더 어둡고 무겁다. 앞서 발표된 작품들에는 위악적이지만 위트 같은 게 남아 있는 반면 뒤에 발표된 작품들은 회복할 수 없는 절망감 같은 것이 깊게 깔려 있다. 작가는 그때를 기점으로 7년간의 삶이 둘로 나뉜 것 같다고 했다. 우리도 그날의 상처를 함께 겪어서일까. 나중에 발표된 작품들이 훨씬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오직 두 사람’과 ‘아이를 찾습니다’였다.

‘오직 두 사람’은 특별한 부녀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젊고 댄디한 대학교수였고, 삼남매 중에서 큰딸 현주만 편애했다. 대입 시험을 마치자 아빠는 현주만 데리고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떠났다. 그 날 이후 가족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틈이 점점 커져갔다.

현주는 아빠가 선택해준 전공을 공부했고, 아빠가 골라주는 옷을 입고, 주말에는 함께 영화를 보고, 외식을 했다. 그러는 사이 남자도 몇 사귀었으나 결국 헤어지고 아빠에게 돌아간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가족들은 떠났지만 현주만 아빠 곁에 남게 된다.

아버지는 평생 딸을 기이한 방식으로 옭아맸지만 딸은 그것을 아버지의 사랑이라 믿는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는 늙고 병들어 예전 같지가 않다. 오로지 부담으로만 남은 아버지. 현주에게도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기회가 주어지지만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된다. ‘희귀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인 두 사람’ 같았던 아버지와 딸. 아버지가 세상을 뜬 뒤 딸은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찾습니다’는 실종자 가족의 이야기다. 윤석의 아들 성민은 세 살 때 유괴됐다. 윤석은 십여 년간 아들을 찾기 위해 좋은 집과 직장과 평범한 일상을 바쳤다. 아내는 충격으로 조현병이 심해져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데 십 일 년 만에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유괴범은 평범한 간호사로 성민을 친아들처럼 키웠다고 한다.

십일 년 만에 돌아온 아들은 낡은 집도, 가난한 아버지도, 정신병 걸린 엄마도 낯설다. 원래 살던 곳이 진짜 집 같고, 유전자가 99% 일치한다는 친부모가 유괴범 같다. 윤석도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나타난 아이는 오래 배포해온 전단지 속 소년과 판이하게 달라서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아들을 찾으면 아내의 조현병도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아들을 끝내 알아보지 못한다.

윤석은 아이를 잃어버림으로써 지옥 속에서 살았다. 아이를 찾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아이를 되찾는 순간부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작가는 이 소설집을 통해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방 탈출 게임을 모티브로 한 ‘신의 장난’이나 첫사랑이던 여자를 버리고 떠나는 ‘인생의 원점’ 같은 단편들도 묵직한 울림으로 남았다. 구석구석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도 많다. 작가는 팩트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한다. 김영하가 오래도록 잘 느끼는 사람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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