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문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장 |
더 큰 문제는 인간의 선량한 본성도 사라지고 있는데 있다. 요즘 언론 및 방송 매체를 보면 인간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ㆍ사고에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가족을 잃은 평범한 사람들의 안타까움에 화가 나기도 한다. 대부분이 물질만능주의 환경에서 비롯된 생명경시 풍조가 살인, 폭행과 같은 범죄를 끊임없이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구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들이 사라지고, 흉악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인류가 점점 품위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품위를 가질 수 있다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품위란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 ‘아이젠하워’가 정의 내렸듯이 내가 아닌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품위가 있는 인류란 무엇일까? 일본의 지성 가와기타 요시노리의 말을 기고문의 내용에 맞게 바꾸어 말하면, 생명체 간 천박한 행동을 하지 않고, 의리를 지키며, 인정이 있으며, 꿈이 있으며, 수치심과 지성을 겸비하는 것이 아닐까?
품위 있는 인류가 되기 위해선 생명체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생명을 기본으로 연구하는 기초생물연구 지식은 필수적이다. 기초생물연구를 위한 학문으로는 분류학, 유전학, 생물학, 진화학 및 생태학 등이 있다.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학문인데도 불구하고 응용 및 활용연구에 필요한 실용 학문과 비교하면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초생물연구를 통해 확인된 생물들의 생명 현상들을 통해서 인류의 품위를 위해 얻을 수 있는 지식 및 교훈들이 무수히 많다. 그 예로 단풍이 드는 가을이면 강원도의 하천에는 단풍잎 채색을 띠고 올라오는 어미 연어로 장관을 이룬다. 연어는 하천에서 부화하고 치어 시기에 바다로 나가 이동하면서 3∼5년간 성장한 뒤 산란시기가 되면 다시 모천(母川)으로 돌아온다.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어미 연어는 내 자식을 생산하기 위해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와 마지막 남은 힘으로 산란하고 일생을 마감한다. 어미 연어는 죽어서도 자신의 모든 육체를 분해해 갓 태어난 치어의 먹이가 되는 양분을 생산한다. 어느덧 자식을 낳고 키우는 우리의 인생사와 같음에 고개가 숙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단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미물도 온 힘을 다해 생명을 잉태하고 죽어서도 이들을 지키려고 하는 아름다운 색깔을 내고 있다. 품위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런 색들을 지구 상에 유지할 수 있을까? 바로 우리와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에게 품위 있게 행동하면 된다.
생물들에 대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색깔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품위 있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무엇일까? 콘크리트의 색깔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다양한 색깔과 어우러져 찬란하게 빛나는 무지개 색깔일 것이다.
기초생물학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