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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옥상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옥상텃밭의 빨간통 간이연못 물위로 봉긋 솟아오른 꽃봉오리가 눈에 띄었다. 정말 그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2년 전 양평에 위치한 연꽃정원 ‘세미원’을 갔을 때 연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그곳 연꽃과 수련꽃의 아름다움을 나의 옥상텃밭으로 고스란히 가져오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연꽃씨앗을 사가지고 왔었다.
연꽃 열매(씨앗)은 싹틔울 조건이 맞지 않으면 수백 년 동안도 잠자는 둣 있다가 조건이 맞는 곳에 장착해야 비로소 싹을 틔우기 때문에 연꽃의 열매를 ‘잠자는 씨앗’이라고도 불리운다.
2009년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견된 고려시대의 연씨가 사람들의 정성에 의해 이듬해인 2010년, 무려 700년만에 어렵게 활짝 꽃을 피웠고 다시 태어난 연꽃은 ‘아라홍련’이라 불리우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었다. 이처럼 연꽃은 씨앗에서 꽃을 피우기까지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알게 한다.
또한 연꽃은 다른 꽃들과 달리 청초한 아름다움과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그런 연꽃의 특성과 빗대어 사람을 표현하기도 했다.
첫째로, 이제염오(離諸染汚)라는 특성이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해서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서 아름답게 꽃피우는 사람을 연꽃의 ‘이제염오(離諸染汚)’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둘째로, 불여악구(不與惡俱)라는 특성도 있다.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떨어질 뿐 물방울이 지나간 자리에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와 같아서 악이 있는 환경에서도 결코 악에 물들지 않는 악과 거리가 먼 사람을 ‘불여악구(不與惡俱)’ 특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한다.
셋째로, 계향충만(戒香充滿)이란 특성은 또 어떤가?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고결한 인품은 그윽한 향을 품어서 사회를 정화한다. 이런 인품을 가진 사람의 인간애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연꽃의 ‘계향충만(戒香充滿)’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렇듯 사람 중에는 어느 누가 보아도 존경스럽고 기품있는 사람이 있다.
요즘 같이 어수선 한 때 ‘연꽃 같은 사람’이 그리워지도 한다.
그래서 나에게 잠자고 있던 연씨에서 연꽃을 깨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얼마 후 어여쁘게 핀 꽃은 연꽃이 아니라 수련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기대한 만큼 실망감도 컸지만 그 실망감은 너무나 아름다운 꽃에 금방 누구러졌고, 심었던 3개의 씨앗 중에 하나는 연꽃의 씨앗이라는 확실한 정보를 얻고는 곧 연꽃을 보게 될 또 한 번의 희망을 갖게 했다.
이 시대가 ‘연꽃 같은 사람’을 기다리듯이 옥상정원에서도 활짝 핀 연꽃을 기대해 본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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