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환자 속출해도 노동부 부상 사실조차 모르고 뒷짐
근로자 측“준공 기한 맞추려 폭염속 무리한 작업 내몰았다”
LG화학“주말 휴식 계획”, 노동부 “직원부족해”핑계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열사병 발생 등 현장근로자들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작업 중 고온을 이기지 못하고 탈진하는 근로자가 속출하지만 해당기업은 감추기에 급급하고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는 관련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고용노동부와 LG화학, 경찰,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폭염주의보가 이어진 가운데 LG화학 서산 대산공장 신축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연이어 열사병(온열질환)으로 쓰러지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현장 근로자 1명은 열사병으로 병원에 옮겨져 입원 치료 중이다. 전날인 2일에도 40대 정도의 근로자 1명이 같은 증세로 서산 중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지난 2일 오후 5시 2분께는 LG화학 내 SDR 합성고무공장 배수로 작업장에서 뜨거운 냉각수(소방서 추정)에 빠진 근로자가 양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지역 병원을 거쳐 서울 성모병원 이송 치료를 진행 중이다.
근로자 측은 “최근 폭염으로 크고 작은 열사병 환자만 8명에 달하는데, 이처럼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업체 측의 무리한 작업 진행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근로자 A씨는 “LG화학이 준공 시일을 맞추려 근로자들을 폭염 속에 혹사시키고 있다”며 “오후 늦게까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나 거푸집 작업을 시키고 폭염에 탈수 방지를 위한 식염수조차 준비하지 않은 채 근로자들을 쉴새도 없이 몰아붙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A씨는 “근로자들이 연이어 쓰러진 뒤에야 LG화학은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쉼터를 운영하려 한다”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문제의 사업장을 관리해야 하는 고용노동부 보령지청과 서산시 등은 이날 오후까지 사고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본보의 반복된 취재에도 “모른다”거나 부서 떠넘기기로 일관하던 LG화학 측은 뒤늦게 일부 사실을 인정하며 근로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더위로 피해를 입어 입원한 환자는 안정을 취하고 내일께 퇴원할 예정이며 배수로 작업 중 화상을 입은 근로자는 병원 치료 중”이라며 “소금물 섭취와 얼음물·휴게실 제공 등의 조치를 취하고 금·토·일요일은 근로자들에게 휴식을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부상에 대해 신고가 들어온 적이 없어 발생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7명 정도의 근로감독관이 7개 시·군지역을 관할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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