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력이 안 되면 남의 자리를 돈으로라도 뺐겠다는 나쁜 심보였다.
체육계는 그동안 잘못된 생각으로 살아온 수많은 선배들의 비행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아 왔다. 그 중에 가장 흔했고, 두려웠던 것이 바로 입시비리였다.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후보 선수로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고, 돈을 상납하지 않으면 상급 학교로 진학이 안됐다.
문체부는 지난해 3월, 체육 입시 비리에 한번이라도 연루될 경우 지도자와 선수를 스포츠계에서 영구 제명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감독·코치·선수는 물론 해당 대학에도 주요 경기 출전 정지, 입학 정원 축소 등 강력한 행정 제재를 시행한다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작년 11월 연세대와 고려대의 체육특기자 입시비리는 보란 듯이 터졌고, 야구부 감독과 서울시 야구협회 고위 임원 등 6명이 입건됐다.
문체부는 보다 강력한 제재를 위해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법원 판결 이전에 비리가 확인될 경우 해당 선수의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해당 대학의 출전 제한과 입학 정원을 축소하고, 연루된 학부모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체육계의 암덩어리인 입시비리에 대해 문체부,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각종 언론에서 연일 뉴스가 생산되는데 왜 입시비리가 끊이질 않을까?
문제는 체육지도자의 신분불안과 박봉, 폐쇄적인 에이전트 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자녀는 왜 운동을 하나요? 대부분의 선수들은 생계수단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메달 획득과 진학을 해야한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된다.
대한민국에서 운동을 가르치는 대부분의 전문체육지도자들은 학교 소속이 아니다. 이들은 교육청 또는 지역체육회 소속이다.
그런데 관리는 학교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말하자면 파견 근로자다.
학교에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감독이 알아서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고 선수관리를 하게 된다.
박봉인 지도자 급여 보전을 위해 학부형들이 월회비를 걷어 주기도 한다.
불법이지만 박봉의 지도자는 거절하기 어렵다. 학부형의 간섭은 그 때부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충실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반면, 이들의 평가는 오로지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의 메달로 결정된다.
즉 자신의 직장이 유지되려면 메달을 획득해야 하는데 이것이 학부형의 요구와 맞아 떨어진다. 결국 ‘수’를 찾게 된다. 심판 매수, 지도자 매수가 그 ‘수’가 된다.
지금도 체육계에는 이 ‘수’를 부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정직하게 살 것이다’라며 열심히 운동을 가르쳐 보지만 몇 번 당하고 나면 억울한 상황을 하소연할 길이 없다.
이것이 심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심판을 배정하는 협회 임원과도 깊게 결탁이 되어 있어서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다. 뉴스에 보도되는 프로스포츠 심판매수사건, 소년체전ㆍ전국체전 심판매수사건은 이미 흔한 일이 되어 버렸고, 못하는 사람이 능력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 수없이 비리를 조사하고 제도를 바꾸어 봤지만, 깊숙이 뿌리내린 암 덩어리가 사라지질 않는다.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운동을 포기하거나 귀화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했다. 추성훈 선수는 고국을 찾아 왔지만 결국 다시 일본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비리집단인 협회가 존속해선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공약했다. 다행이지만 보다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년체전, 전국체전,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출전을 못하거나 개최를 안 하더라도 제발 이런 비리로 인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초강력 제재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문현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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