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교육이라는 이름의 학대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교육이라는 이름의 학대

  • 승인 2017-08-03 11:12
  • 신문게재 2017-08-04 23면
▲ 장수익 한남대학교 문과대학 학장
▲ 장수익 한남대학교 문과대학 학장
아마도 우리나라만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잘하기’만을 바라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공부든 예술이든 체육이든 다른 이들보다 잘해서 앞선 사람이 되기 바라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심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과연 ‘잘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서이다.

‘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잘하는 것을 뜻할 수도 있지만, 흔히는 상대적인 의미 곧 ‘남들보다’ 잘한다는, 경쟁이 전제된 뜻으로 쓰인다. 잘해야 경쟁에서 앞서서 여유롭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그런 바람을 낳는 것이다.

하지만, 잘해야 경쟁에서 이긴다는 믿음만큼 교육을 망치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경쟁은 교육의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은 무언가를 알게 하고 느끼게 하며 깨닫게 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향상된 존재가 되게끔 돕는 것이지, 누군가를 이기게 만드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 교육이 비인간적인 결과를 낳는 이유가 그것이다. 같이 배우는 동료는 이겨야 할 대상일 뿐이기에 경쟁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더불어 함께 살게 하는 사회성이 없어지고, 경쟁에서 탈락한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까지 생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불쌍하다. “지금의 1분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모토 아래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잠시라도 쉬거나 딴 데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죄의식을 느껴야 한다. 교육은 알고 느끼고 깨닫는 즐거움을 주는 대신 경쟁의 승리를 위해 괴롭고 아파도 참고 또 참으라고 가르친다. 그 결과 잘 참는, 다른 말로 자신을 잘 학대하는 아이들이 우수한 학생으로 선별된다. 분명히 교육은 좋은 것인데 그 좋은 것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 교육의 끔찍한 결과는 일본의 ‘히키코모리’ 현상을 봐도 알 수 있다. 30대, 40대가 되어도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이들은 경쟁 교육이 낳은 처참한 결과를 대변한다. 이들은 모든 사회적 관계가 경쟁으로 받아들여지기에 방 바깥의 경쟁을 아예 피하려 일체의 사회적 관계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경쟁 교육을 뒷받침하는 것은 ‘상대평가’라는 비교육적인 평가제도이다. 상대평가는 아이들을 경쟁의 순위대로 줄 세우는 것이 핵심이어서 아이의 존재 자체를 향상시키는 교육의 본질에 관심이 없다. 국가가 시행 주체인 수학능력시험도 마찬가지다. 등급제도로 상대평가에 따른 줄 세우기를 완화해도 결국은 현재의 수능은 국가 스스로 교육의 본질을 포기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능 개편에서 상대평가를 폐지하려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좋은 학생은 어떻게 뽑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수학능력시험의 선별력이 떨어진 만큼 내신이 중요해지는데 고교 현장에서 상대평가를 고수한다면 결국에는 잘 사는 아이들이 더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교육의 본질을 포기한 상태에서는 곁가지 논란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평가로는 교육의 본질을 지킬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이 원칙하에 곁가지 논란을 해소할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지, 부작용이 있다고 원칙을 포기하는 것은 앞뒤가 서로 바뀐 격이 될 뿐이다.

경쟁이 실체가 되어버린 교육의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의 구조가 승자 우선인 데서 비롯한 것이다. 아이가 잘하기만 원하는 부모의 바람도 이 승자 우선 구조를 부모들부터 거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경쟁 교육의 승자는 능력과 지식이 출중해도 교양이 없다. 교양이란 더불어 함께 사는 인간다움을 갖추는 것인데, 교양이 없는 경쟁 교육의 승자는 승리의 혜택을 자신만을 위해 천박하게 누리게 된다. 경쟁 교육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패배한 사람들에게 천박한 우월감을 드러내는 승자들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교육은 도리어 이런 사회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경쟁 대신 인간을 향상시키는 교육의 본질 회복, 그것은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을 바람직하게 바꾸는 길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천안시, 광덕면 물놀이 관리지역 현장 안전점검 실시
  2. 천안시, 여름 휴가철 하천·계곡 불법행위 특별단속
  3.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에 명달호… 9월 1일자 181명 인사
  4. [현장에서 만난 사람]세계 최대 반도체 공정 장비 제조 기업 ASML 한종호 매니저
  5.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1. 천안시, 고액·상습 체납자 가택수색…승용차 압류·공매 착수
  2. 천안시, 2026 을지연습 전시종합상황실 근무자 사전교육
  3. 천안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스마트폰 가족치유캠프' 운영
  4. 대전농협-기성농헙-고향주부모임대전시지회, 이심점심 중식지원 봉사활동
  5.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2028년에서 2030년으로 개통이 미뤄진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또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 가운데 호남선 직하부 비개착공사에 대한 시공사 선정이 8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난이도는 높은데 사업비 단가는 낮게 책정된 탓에 입찰 과정에서 업체 사업 포기와 유찰이 반복된 것이다. 일각에선 트램 사업 주체인 대전시가 국가철도공단에 위탁만 해놓고 손 놓고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일대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699m) 중..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긴급운영자금 2000억 원을 확보하면서 충청권에서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장기간 문을 닫았던 점포가 재개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품 입고가 충분하지 않은 곳도 있어 매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7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전국 67개 점포를 대상으로 가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유성점과 가오점, 세종점, 충남 논산점과 보령점 등 5개 점포가 영업 재개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영업 재개는 지난달 13일 임시 휴..

중고차 `숨은 수수료` 없앤다지만… 소비자 부담은 그대로?
중고차 '숨은 수수료' 없앤다지만… 소비자 부담은 그대로?

정부가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차량 판매가격에 포함하는 '총액 표시제'를 도입한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확인한 차량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이 달라지는 원인인 '숨은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중고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중고차 판매업자가 인터넷 플랫폼 등에 차량을 광고할 때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매도비, 알선수수료, 성능보증보험료 등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 각종 수수료를 판매가 총액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을 구매할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